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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정치] 변혁적 노동자 정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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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5-07-31 12:27 28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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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대구변혁운동연대] (http://leftdaegu.kr/?p=254)에 발표된 글입니다. - 편집자 주



홍 승 용 (현대사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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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권이 발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거리와 광장에 넘쳐나던 정치 에너지의 일부는 성장우선 국정과제 속에 자리잡고, 대부분은 내란⋅외환에 대한 사법처리 소식들과 자본독재 테두리 안의 크고작은 갈등 속에 파묻혀가고 있다. 그에 비례해 변혁적 노동자정치운동은 내란 및 대선 국면에서와 다른 난관에 빠져들고 있다고 여겨진다. 위기감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의 득표율이 1%를 못 넘겼기 때문은 아니다. 진보당이 독자적 노동자정치세력화에 힘을 모으는 대신 민주당의 선거도움이를 자처했기 때문도, 민주노총 집행부가 정치세력화 방침을 대책없이 배반했기 때문도 아니다. 난관의 요체는 독자세력화의 불가피성 및 현실근거에 대한 대중적 확신결핍증이다. 이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명확한 목표설정이다. 즉 착취의 효율성⋅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부분적 개량이 아니라, 자본독재를 지양할 대안사회,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설 실질적 민주사회, 풍요로운 평등사회 건설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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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목표설정은 관성적 당위론이나 자의적 망상의 산물이 아니다. 그 근거는 자본독재의 역사적 실체에 있다. 자본이 무한증식을 위해 그 출발부터 노동자민중을 상대로 저질러온 장구한 잔혹의 업보는 차치하고도, 오늘날 제국주의적 자본독재가 초래하는 인류절멸의 위기 앞에서 대안사회 건설의 절박한 필요성을 깨닫는 데에 유별난 인식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제국주의전쟁의 불길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예측불허다. 핵위기를 포함한 환경재앙은 초고속으로 증폭되며 일상화되고 있다. 눈부신 생산력 발전도 노동자민중의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대량실업과 절대빈곤의 양산으로 귀결될 개연성이 압도적이다. 이 모든 재난은 자본독재 자체의 산물이다. 즉 생산력 발전과 뗄 수 없는 일반적 이윤율 저하, 불균등발전에 따른 제국주의적 초과이윤 감소, 이로 인한 제국주의 세력들 간의 경쟁과 갈등의 격화 등 자본독재의 내적 역동이 초래하는 필연적 귀결이다. 자본독재의 폭력성이 좀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가, 아니면 유연한 헤게모니 형식을 취하는가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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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독재 지양의 중심적 주체세력은 자본의 출발부터 종말까지 자본과 적대적 모순관계에 처해 있는 노동자들 및 이들과 함께 하는 민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노동자민중이 지금 자본독재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물리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노동자민중을 매수⋅회유⋅협박하고 분열시키며 필요시 물리적 폭력으로 굴복시켜 계급적 단결과 저항을 꿈도 꾸기 어렵게 함으로써 노동자민중의 자발적 순응 형식을 굳혀가는 것도 자본독재의 주요 양상이다. 계급전쟁의 일시적 중간결산물일 뿐인 이러한 현상을 불변의 철칙처럼 받아들이고, 노동자민중의 변혁적 잠재력을 활성화하려 노력하기보다 단기적 부문별 요구투쟁들에 머물고, 나아가 노동과 자본의 근본모순 문제를 다양한 사회적 갈등 가운데 하나로 희석시키는 등,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의 본질을 흐려놓는 체념주의나 전략부재의 다원주의 이데올로기들이 난무하는 상황 또한 오늘날 자본독재를 유지⋅강화하는 기본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조건들을 당연한 현실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임으로써만 노동자정치는 독자적 존재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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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정치의 독자성은 민주당이 원칙상 감당할 수 없는 대안정책들을 통해 현실적으로 확인될 것이다. 이재명 정권은 신속한 실행력과 국민주권⋅소통⋅협치⋅실용⋅성장을 내세우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색된 남북관계, 미국의 관세 및 방위비 압박, 러우전쟁과 중동전쟁의 악영향, 벌어진 대중⋅대러 관계 등 만만치 않은 국제문제들도 한국의 지정학적 조건과 생산력, 그리고 노동자민중의 민주역량을 활용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풀어가리라고 기대된다. 적어도 윤석열 정권처럼 사적 이익을 위해 미일 제국주의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세계대전의 화약고에 불을 던져넣는 짓은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노동자정치가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민주당의 모든 정책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민주당이 극우 내란세력 제압과 사회대개혁, 제국주의세력의 간섭에 맞선 저항 등 노동자민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한에서 일시적 부분적 연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민주당의 정책적 한계를 직시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 한계는 민주당이 대선기간에 자인한 것처럼 중도보수라는 점이 아니라, 국힘당과 함께 자본독재의 양대 분파를 이룬다는 점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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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파쇼 내란세력에 끌려다니며 극우화된 국힘당과 이에 맞서 형식적 민주주의를 옹호한 민주당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의 적대적 모순이 가시화되는 지점에서 민주당은 엄연히 자본과 한몸으로 움직인다. 이 계급적 본질은 대통령이 노동자들에게 각별히 애정어린 태도를 보이거나 고용노동부장관 자리에 전직 민주노총위원장을 앉힌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재명 정권의 협치 범위는 국힘당까지, 즉 자본독재 내부로 한정되어 있다. 노동과의 소통은 민주노총이 그토록 반대해온 ‘사회적 대화’를 통한 자본 헤게모니의 명분 쌓기를 넘어서기 어렵다. 지상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성장의 감독과 주연만 아니라 그 성과물의 소유주도 재벌들이며, 성장의 주요 효과는 양극화의 심화와 자본독재의 강화다. 에너지고속도로와 인공지능 등을 통한 생산성 증대, 즉 노동력 절약은 자본독재하에서 대량실업의 믿거름이된다. 이재명 정권이 꿈꾸는 경제영토확장은 제국주의적 갈등과 전쟁의 주요원인이다. 그런데 종말단계에 접어든 전통적 제국주의 국가들, 한때의 복지천국들까지 국방비 증액을 결의하며 인류문명을 끝장낼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이 그들의 길을 그대로 뒤따라야 할 필연성은 없다. 그러나 자본증식을 절대원리로 삼는 자본독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러한 운명을 피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대안사회 건설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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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사회 건설의 최대 과제는 국가권력의 계급지배적 성격을 바꾸는 것이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주요 국가권력에서 노동자민중을 철저히 배제하는 자본독재국가를 실질적 민주주의국가, 즉 사회의 절대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의 주인이 되는 노동자국가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제국주의적 자본권력을 지양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집권의지가 없거나 집권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노동자정치는 대중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 노동자정치는 국가권력의 문제를 회피하는 무정부주의나 현실사회주의운동의 역사적 교훈과 성과들을 외면하는 청산주의에 동조할 수 없다. 그러나 기존의 특정 국가모델을 통째로 우리 현실에 이식할 필요도 없다. 완벽한 모델은 존재한 적이 없으며, 제국주의적 자본독재에도 받아들여 활용할 부분들은 있기 때문이다. 이때 변증법의 주요 요소인 분석적이면서 종합적인 사유방식을 적극 가동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정치는 우리의 실천적 조건과 요구들을 바탕으로, 역사적 해방운동들의 유산과 현존 모델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성과들을 주체적으로 종합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사회 모델을 구성하고 널리 검증⋅공유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 중간산물들을 노동자민중이 공유하는 만큼 노동자국가를 발판으로 하는 대안사회 건설은 앞당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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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사회 모델의 구성과 대중적 검증⋅공유는 결코 소수 지식인들이나 전위조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본독재하 노동자민중의 자발성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소수의 적극적 변혁주체들과 노동자민중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발성의 객관적 성격을 바꿔가는과정, 즉 노동자민중의 변혁적 자발성을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적 전환을 위해서는 적극적 주체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만들어진 사회대전환 연대회의도 변혁적 노동자정치세력의 오랜 분열상태를 극복하고 운동의 단결을 이루는 첫단계로서 의미 있다. 연대회의가 내재적 원심력을 넘어 대안정치세력으로서 대중적 호소력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좋을 것이다. 첫째, 자본독재의 매수⋅회유⋅분열책에 굴복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갈 것. 둘째, 범인류적 위기의 자본독재적 본질을 명확히 밝힐 것. 셋째, 위기 극복의 중심세력으로서 노동자민중의 변혁적 잠재력 활성화에 진력할 것. 넷째, 노동자민중이 국가권력의 실질적 주인인 민주국가, 즉 노동자국가 건설을 일차 목표로 삼아 집권능력을 기를 것. 다섯째, 자본독재 너머의 대안사회, 즉 풍요로운 평등사회의 구체적 모델을 창출⋅검증⋅공유하며 현단계에서 가능한 실현방안들을 실천에 옮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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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조건들을 충족하는 정치세력이 연대회의에 국한될 이유는 없다. 연대회가 그 구성요소들의 조직이기주의와 전망부재 등으로 다시 각자도생의 관성에 빠져들어 변혁적 노동자정치의 난관을 배가할 수도 있다. 반면에 자본독재를 극복할 필요성을 절감하는 어떤 규모의 집단이든 개인이든 힘과 뜻을 모아가며 느슨한 연대부터 견고한 조직이나 정당으로, 유력한 대안정치세력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내란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대구변혁운동연대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상호존중과 인식 및 경험의 공유를 통해 변혁적 노동자정치의 발판을 넓히고 다지는 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변혁의지들이 마주치며 서로를 북돋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소중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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