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 국제독점자본주의의 특징과 붕괴 (5) - 현대독점자본주의의 의제 자본주의적 성격을 중심으로


본문
신재길 (편집위원)
<순서>
1. 의제 자본주의
1) 의제 자본에 대한 맑스의 생각
2) 의제 자본 출현의 역사적 필연성
3) 의제 자본과 실제 자본의 관계
4) 의제 경제의 독특한 행동 기반과 메커니즘
2. 독점자본주의의 의제 자본주의(국제독점자본주의)로의 발전과 변화
1) 자본주의의 발전과정
2) 국제독점자본의 대두
3) 미국의 의제 자본주의로의 전환
4) 국제독점자본의 구조적 특성
5) 의제 경제의 변화된 운동 방식
3. 국제독점자본과 국가주권의 모순
1) 국제독점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과 국가의 관계 변화
2) 자본 축적과 사회적 합의 사이의 모순
3) 새로운 혁명적 상황과 신흥 공업국
4. 의제 자본주의 시대의 제국주의 전쟁
1) 의제 자본주의 시대 전쟁 형태의 변화
2) 미국의 의제 경제 의존과 세계 화폐 헤게모니
3) 통화 헤게모니를 둘러싼 새로운 제국주의 전쟁
5.국제독점자본의 붕괴와 격변기의 도래
(이어서)
3. 국제독점자본과 국가 주권 사이의 모순
금융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발생한 새로운 모순은 국제독점자본과 주권 국가 사이의 모순이다. 국제독점자본과 주권 국가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 의존하고 얽혀 있지만, 동시에 상충하는 이익을 추구한다. 이러한 갈등은 국제독점자본과 자본주의 국가가 노동자 계급을 억압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고, 경제 활동의 자본 축적 기능과 사회 통치 기능의 분리를 초래한다. 이러한 갈등은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인 모순이며, 국제독점자본과 주권 국가 사이의 갈등은 새로운 혁명의 가능성을 잉태한다. 국제독점자본주의 시대에 국제독점자본과 주권 국가 사이의 갈등은 현대 자본주의의 주요 모순으로 부각되고 있다.
1) 국제독점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과 국가의 관계 변화
맑스에 의하면 국가는 세 가지 기능을 갖는다. 첫째, 국내적으로 계급지배, 즉 약탈기능이다. 자본주의에서 총자본가로서의 부르주아 국가의 기능이다. 둘째, 국외적으로 군사적 기능을 담당한다. 이는 총자본가로서의 해외 침략이라는 기능과 외적의 침략을 방어한다는 공동체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 기능이다. 셋째, 공공성이라는 목적을 실현하는 주체로 국가 공동체 고유의 기능이다.
부르주아 국가는 부르주아의 지배 수단이라는 측면과 국가 공동체의 공공성 실현 주체라는 측면이 모순적으로 통일을 이루고 있다. 부르주아가 사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사회 통합의 리더로 자리잡고 있을 때에는 이 둘의 모순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부르주아의 헤게모니가 약화되거나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국가의 부르주아 지배 수단이라는 기능과 사회 공공성 실현 주체라는 기능은 충돌하게 된다.
20세기 초반 이후 국가의 공공성 기능과 자본의 지배 억압 기능 사이의 모순이 은폐되고 드러나지 않았다. 국가가 자본주의 발전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은 의회 정치에 참여하여 노동 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운영되었다.
국가와 독점 자본 간의 이런 결합 관계는, 대체로 197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이 기간 관료적 통제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고, 노동자들의 경험과 의식 속에서 기업은 자본가의 사적 소유물에서 사회 기관으로 변화했다. 동시에,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가 개입 정책과 복지 국가 체제는 노동자의 소득을 높이고 대중 소비를 장려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혁명 열정을 개인의 물질적 삶의 질 향상이라는 욕구로 어느 정도 전환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요인으로 선진국 혁명은 요원해졌고, 서구 맑스주의자들은 개량주의로 후퇴하거나 허무주의에 굴복하였다.
1970년대 후반 이후 국제독점자본주의가 형성되면서 독점 자본과 국가 간의 관계가 변화하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반화 되어 자본주의 체제가 의제 자본주의적 특성을 띠게 되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영향은 국유 자산 민영화, 공공 서비스 상품화, 노동 규제 완화, 금융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집중을 촉진하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금융 자본의 전 세계적인 유동성과 고도의 집중으로 인해 금융 자본이 주도하는 국제 독점 자본이 주권 국가의 독립적인 이익과 충돌할 가능성을 만들었다. 금융 자본의 국제적 이동은 각국의 관련 정책이 금융 자본의 맹목적인 이익 추구 운동에 구속되게 하여 금융 자본의 이익과 주권 국가의 이익이 충돌하도록 하였다. 세계 금융화는 각국의 금융 부문을 국제독점자본이 장악하여 국가의 정치 공동체와 정부를 통제하게 하였다. 그러나 국제독점자본은 어떤 민주 기구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들은 소위 딥스테이트나 모피아 집단을 이루어 국가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나 선출되지도 않았고 어떤 형식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국제독점자본의 국가 지배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가 노출되게 된다.
또한 경제구조의 금융화는 산업 자본의 세계화를 촉진했다. 금융 부문이 실물 부문의 투자에 필요한 화폐 공급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물 부문은 주주 가치 극대화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으며, 제조업을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에 아웃소싱하여 단기적으로 장부상 비용을 낮추고 주가를 높인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주요 국가를 포괄하는 글로벌 생산망이 형성되었다. 국제독점자본은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당 부분 주권 국가의 지역적 제한을 벗어나 독립적인 경제 체제를 형성했다. 이러한 국제독점자본의 행동은 주권 국가의 공공이익과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서로 모순 대립될 수도 있다.
국제독점자본과 주권 국가 간의 이해관계의 대립은 경제 번영기에는 타협의 여지가 있지만 경제 침체나 불황기에는 갈등이 크게 심화 되는 등 서로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국가 권력의 내재적 긴장은 노동자의 저항을 억제하는 부르주아 국가의 기능을 제약하고, 따라서 새로운 혁명적 상황의 출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독점자본의 세계 지배는 미국을 본거지로 삼아 달러 패권을 유지하여 가능하게 된다. 달러 패권은 미국의 군사·정치적 영향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국의 군사력에 기반한 달러 패권은 국제독점자본이 금융을 장악하는 힘이고, 국제독점자본은 이 힘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을 지배한다. 그리고 글로벌 가치 사슬을 통해 미국은 저렴한 소비재를 공급받고 소비주의를 유지하여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킨다. 하지만 의제 자본주의에 따른 금융화는 미국 경제에 많은 부채가 쌓이게 하고, 자산 가격 버블에 의존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만들었다. 불안정성은 2008년 금융위기를 야기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개별국가들은 세계 금융시장을 구하는 것이 자국을 구원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국제독점자본의 이익을 보존하는데 협조하였고, 의제화된 국제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이 2008년 위기에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제독점자본과 주권 국가 간의 모순으로 명확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주요 국가들의 위기 대응책은 국제독점자본의 금융화 체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이 체제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요 국가들은 통화 확장 정책과 같은 단기적인 해결책을 선호했다. 이러한 정책은 위기를 일시적으로 완화시켰지만, 더 심각한 모순과 위기를 미래로 연기시켰다. 예를 들어, 미 연준과 유럽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 정책은 금융 기관을 구제했지만, 동시에 국제금융독점 자본이 각국의 중앙은행을 장악하고 통화 정책 결정권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민간 은행 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 취한 조치에서 공적 자금과 사적 자금 간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졌으며, 오늘날 우리는 정부가 은행을 국유화했는지, 아니면 은행이 국가를 사유화했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중앙은행은 주식을 매입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경제 활동 조절 공간은 더욱 축소되고, 국제독점자본과 국가의 공공적 기능 간의 모순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모순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먼저 국제금융독점자본과 달러 패권의 모순이다. 금융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는 저금리가 필요하지만, 이는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달러 패권을 위협할 수 있다. 둘째로 글로벌 공급망과 주권 국가 국민의 이익 충돌이다. 글로벌 공급망은 선진국의 소비를 지탱하지만, 후진국의 저임금 노동력 착취와 선진국의 일자리 감소를 야기한다. 세 번째로 국가 간 경쟁 심화이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속에서 국가들은 투자 유치를 위해 세금 감면 등의 경쟁을 벌이며, 결과적으로 공공복지 시스템이 약화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현대에서 가장 대표적인 산업 형태인 정보 기술 산업의 개방적 특징이 주권 국가 이익의 지역적 정체성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장기 안정 성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 세계 자본주의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중에서도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현대 고급 기술 산업의 발전이 가장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자본 형태는 국제독점 자본과 주권 국가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구체적으로 현대 정보 기술 산업의 특징은 네트워크 효과이다. 즉, 네트워크 규모가 커질수록 참여하는 노드가 많아지면서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지는, 이른바 '쓸수록 좋아지는' 현상이다. 기술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오픈 소스를 공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주권 국가들은 자국의 기술우위를 유지하고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 기술을 보호하고 다른 국가와의 공유를 꺼린다. 이는 국가 공동체의 정체성과도 관련되면서 새로운 국제독점자본과의 갈등 공간을 형성한다.
또한, 새로운 기술 조건과 자본 형태는 새로운 자본 집중 방식과 독점 방식을 낳았다. 현대 기술 산업의 ‘플랫폼 자본'과 '데이터 자본' 등의 집중은 기존 고정 자본의 집중과는 다르다. 이는 이론적으로 대규모 고정 자본을 한 공간에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필요도 없고, 이러한 고정 자본의 소유권을 실질적으로 가질 필요도 없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이나 지분 투자를 통해 이용자(개인, 집단 또는 기업)와의 데이터 채널을 연결하여 표면적으로는 서로 소멸하거나 합병되지 않는 '생태계'를 형성하기만 하면 된다.
더욱이 기술 산업의 이러한 초공간성은 금융 자본과 유사한 속성으로 상호 강화된다. 한편으로 금융 자본은 인터넷 정보 기술을 통해 초공간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심지어 추적하거나 파괴할 수 없는 '클라우드' 속 존재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금융 자본의 초공간적 이동은 기술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제공하고, 투기의 대상을 만들어내고 전 세계로 확장한다. 이러한 초공간적이고 어떤 의미에서는 초소유권적인 자본 집중 방식은 자본이 특정 공간인 주권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 양자 간의 모순을 심화시킨다. 나아가 국가 공동체는 국제독점자본의 금융 및 디지털 식민지라고 할 수도 있다.
2) 자본 축적과 사회적 합의 사이의 모순
국제독점 자본과 주권 국가 간의 모순이 고도로 격화된 중요한 표현 중 하나는 경제 활동의 자본 축적 기능과 사회 통합 또는 사회 관리 기능 간의 완전한 분리이다. 과거에는 경제 활동이 자본 축적과 동시에 사회 통합 기능을 수행했지만, 현대에는 이 두 기능이 분리되었다.
맑스는 자본주의가 사회 통합을 방해하고 계급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보았다. 자본주의는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자본의 이윤 추구를 방해해서는 안되고 심지어 이윤 추구를 위해 노동자 운동을 탄압 억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사회주의권이 형성되자 이런 고전적 국가의 역할에 변화가 왔다. 국가의 공공성 기능이 강조되면서 시장실패를 교정하는 역할이 국가에 부여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기구에 노동자는 정당을 통해 참여하게 하여 혁명적 변혁의 길이 차단됐다.
그러나 현대 국제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본과 국가의 목표가 충돌하면서 자본가의 사회 통합 능력이 약화 되었다. 국제독점자본은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이용해 개별국가의 금융을 장악하고 일국 내의 정치 경제적 조건에 제약되지 않고 지배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한국은행 총제의 한국은행은 미 연준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한 나라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미국의 금리정책과 환율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지배 정당성이 없는 국제독점자본이 한 나라의 경제를 나아가 정치를 지배한다. 이는 그 지배의 정당성의 문제가 발생하며 결국 형식적이라마 정당성을 얻고 있는 일국의 지배집단과 갈등하게 되고, 이들이 국제독점자본에 종속적 자세를 취하게 되면 국가 공동체와 갈등 관계에 빠지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자본과 국가의 갈등을 더욱 부각시켰다. 자본은 경제 활동 재개를, 국가는 공중 보건을 우선시하며 충돌했다. 이렇듯 위기시에는 독점자본가가 더 이상 사회 통합의 지도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며, 오히려 사회 불안을 야기하게 된다. 이런 갈등은 국제독점자본주의에서는 국제독점자본과 국가(민족) 공동체 간의 갈등으로 표면화된다.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 요구되었던 시장 경제를 규제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 계급투쟁을 억제하는 사회 통합이 국제독점자본주의에서는 약화된 것이다.
특히 역설적인 것은, 전 세계가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실업이 만연하던 시기에 미국의 굴지의 디지털 기술 기업들의 자산 가치가 급등했다는 점이다. 오늘날 금융-기술 독점 자본은 '이용자 노동'을 착취하고 자산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얻으며, 형식적인 고용 노동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용자 노동이라는 용어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자들의 활동을 노동으로 간주하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 형태는 마치 '사회와 무관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는 2019년 1월부터 글로벌 IT 기업을 대상으로 자국 내 연간 온라인 광고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기 시작했고, 2019년 7월 유럽 최초로 디지털세 부과를 법제화했다. 미국 의회는 2020년 7월 29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4대 기술 기업의 지배주주들을 상대로 반독점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고, 10월 7일 이들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여 주요 사업 분야에서 '독점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2024년 8월에는 구글이 인터넷 검색 분야 독점기업이며, 이 지위를 유지하려고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현대의 새로운 자본 형태와 국가 단위의 사회 통제 사이의 모순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예로는 론스타 게이트를 들 수 있겠다. 론스타 게이트는 론스타가 이미 외환은행의 매각으로 4조원의 차익을 남겼으나,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매각이 지연되고 더 낮은 가격에 매각할 수밖에 없게 되어 손실을 입었다면서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를 통해 대한민국에 5조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97년 외환위기 때 IMF와 개별국가의 관계나 영국이 유로존에서 탈퇴한 것 등등 국제독점자본주의 시대에 국가대 국가의 갈등이 아니라 국제독점자본대 국가의 갈등이 여러 방향에서 다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국제독점자본과 국가의 모순은 국제독점자본주의의 새로운 주요모순으로 대두했다. 자본주의 고유의 모순은 노자모순, 제국주의 간 모순, 제국주의와 식민지 간 모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모순이 있다. 여기에 더하여 국제독점자본과 국가 주권과의 모순이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혁명의 새로운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3) 새로운 혁명적 상황과 신흥 공업국
새로운 자본 형태의 내적 모순으로 형성된 세계 질서에서 새로운 혁명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혁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전통적인 제국주의 시대에는 혁명의 기회가 제국주의의 불균형적인 발전이 각 주권 국가 간에 형성한 특수한 관계 속에서 발생했다. 예를 들어, 러시아 혁명은 '제국주의 사슬의 약한 고리'에서 제국주의 국가 간 분쟁의 기회를 이용하여 발생했고, 중국 혁명은 여러 제국주의 국가가 중국을 공동으로 착취하는 상황에서 제국주의 국가 간의 투쟁 틈새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현대에는 전통적인 제국주의 국가와 그 투쟁 양상이 변화하면서 혁명의 가능성도 달라졌다. 국제독점자본주의의 모순은 여러 중심 국가 간, 제국주의 국가와 피착취 국가 간뿐만 아니라, 국제독점자본과 주권 국가 사이에서도 발생한다. 이러한 모순은 독점자본과 자본주의 국가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거나 매수하는 능력을 제한하고, 소위 중산층을 해체시키고 다시 프롤레타리아하는 경향으로 나아간다. 이는 계급투쟁을 새로운 형태로 촉발하고 있다.
비록 현대에 독점 자본과 주권 국가 간의 결합 관계가 느슨해지고 균열이 생겼지만, 곧바로 혁명 조건이 성숙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상황에는 불안정성이 내재되어 있다. 가장 큰 불안정성은 제국주의 국가와 피착취 국가 모두에서 노동 계급이 아직 성숙한 조직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혁명 주체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유랑민, 실업자, 소수 민족, 그리고 '정체성 정치'에 의해 형성된 다양한 분열된 정체성 집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집단들은 공통된 계급 이익을 기반으로 연합하기 어렵다. 이는 현대 급진 좌파 사상이 계급 이익을 바탕으로 혁명 주체 문제를 논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다.
맑스는 룸펜프롤레타리아트는 혁명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고 보았다. 현대 국제독점자본주의의 문제점은 룸펜프롤레타리아트와 유사한 집단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혁명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펜데믹 위기에 세계 각지에서 벌어졌던 코로나19 시위는 국제 제약독점자본에 반대하는 계급적 연대보다는 인종주의적 파시즘으로 흐르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신흥 공업 국가는 선진제국주의 간의 모순을 이용하여 혁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선진제국이 의제 자본주의화 하면서 제조업이 신흥 공업 국가들로 이전되었다. 이는 신흥 공업 국가에 새로운 노동자 계급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노동자 계급이 존재하는 신흥국이 국제독점자본주의의 제반 모순이 중첩되는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한국 노동자 운동은 국내 외국인 노동자와 신흥 공업국 노동자들과의 연대 운동에 힘써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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