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금융투기자본의 약탈행위


본문
허영구(투기자본감시센터 전 공동대표)
1. 머리말
한국은 개발독재시기 자유•인권 억압과 권위주의, 저농산물가격과 저임금 정책을 토대로 고도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는 확대됐다. 이에 맞서 노동자민중들은 1987년 6.10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을 시작으로 10여년 동안 격렬한 저항을 전개했다. 6.10항쟁을 통한 사회민주화에 이어 노동현장에서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투쟁했다.
그러나 세계화된 자본은 국가권력을 앞세워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을 밀어붙였다. 전통적인 산업자본주의 착취를 넘어 금융자본주의 수탈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당하며 IMF경제신탁통치를 거쳐 군사독재보다 더 엄혹한 자본독재체제가 완성되었다. 신자유주의 태풍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IMF체제는 금융투기자본가인 채권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국제금융질서이다. 여기에 깊숙하게 편입된 한국경제는 성장하면 할수록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된 금융투기자본의 노동자민중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는 체제이다.
IMF외환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김대중 정부의 4대 부문 구조조정 정책과 뒤이은 노무현 정부의 전방위적인 자유무역(FTA)체결과 금융화 조치는 한국경제체제는 물론이고 노동자민중의 삶 자체를 거대한 금융자본주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일엽편주로 만들었다. 한국사회 전 분야가 금융자본주의 물결에 따라 흘러 다니고 있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국책은행인 외환은행을 투기자본 론스타에게 팔아넘겼다. 그들의 주장은 부실은행을 처리해 한국경제 부담을 덜고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한다는 명분이었다. 자본언론들은 금융산업이 새로운 먹거리(‘쌀’)이며 해외매각조차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할 기회라고 사실을 왜곡하였다.
건실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을 조작했고,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해 합병했으며, 금융업을 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자 투기자본인 론스타에게 은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불법, 헐값으로 매각했다. 가장 특징적으로 자본의 세계화 바람을 타고 금융투기자본의 무분별한 약탈이 자행되기 시작했다. 26년이 지난 지금 해외금융자본에 의한 약탈과 국부유출은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한다.
2. 신자유주의와 금융투기자본
자본주의는 노동착취를 통한 이윤극대화를 통해 성장하나 체제내적 원인에 의해 필연적으로 공황적 위기에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 할 수 있는데 신자유주의 핵심은 금융투기자본의 약탈과 제국주의 군사침략을 그 특징으로 한다.
원래 ‘신자유주의’는 독일 W.오이캔 등에 의해 주창된 사회적 시장경제이론으로 신고전파나 ‘구자유주의’에 대응한 이론적 개념이었으나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왜곡 변질되어 자유화, 세계화, 민영화, 유연화, 구조조정 등의 특징을 대표하는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상업•산업자본주의를 거쳐 온 오늘날 금융자본주의는 디지털과 AI로 표현되는 기술혁신으로 사회적 생산력이 급격하게 증대됨과 동시에 1870년, 1929년의 대공황보다 훨씬 빠른 주기로 공황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의 증대와 자본의 급격한 이동, 자본의 지속적인 이윤율 하락으로 자본주의체제 위기의 주기설도 80년, 50년, 30년, 10년, 5년으로 단축되고 있다.
1980년대 초에 공황이 발생하자 2차 대전 후 노동자계급 투쟁으로 자본 압박, 자본의 자유로운 세계시장 운동 보장, 독점자본의 가치 증식 등 계급타협이라는 케인즈주의 이론은 실천적 비판에 직면했다. F.A.하이예크류의 구자유주의 전통에서 M.프리드먼 등 시카고 학파의 통화주의를 거쳐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경제, 신보수주의 나아갔고, 신자유주의로 둔갑했다.
노벨경제학상은 시카고 대학 교수들이 최다 수상했는데 그들의 특징은 유태인과 남성이었다. 노벨상을 제정할 당시에는 있지도 않았던 노벨경제학상은 부르주아 경제 이데올로기 특히 신자유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도구화됐다. 한국은 IMF 외한위기 이후 DJ노믹스, 노무현의 동북아 금융허브와 한미FTA, MB노믹스를 거쳐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반화, 고착화됐다.
기원전 106년에 탄생한 로마시대 학자이자 정치가인 키케로(M.T.Cicero)는 “전쟁의 근육은 무제한의 돈”이라 했다. 미국 대통령 J.F.케네디는 “강물의 수위가 상승하면 그 위에 떠 있는 배도 상승”한다고 비유를 들어 ‘화폐가 부의 척도’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연봉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42배였지만 현재는 400배가 넘는다.
역사적으로 세계 금융중심지는 18세기 암스테르담, 19세기 런던, 20세기 뉴욕으로 이동했다. 금융중심지 이동에 따라 제국주의 침략의 종주국도 결정되었다. 약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제국주의가 그 중심이다. 제국주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됐다.
2차 세계대전 후 케인즈주의 복지국가는 반독점적 금융과 조세정책을 통한 완전고용보장과 사회보장제도(코프라티즘)를 토대로 했다. 그러나 이념은 자유시장 근본주의이였다. J.M.케인즈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자신의 금융자산을 30배 이상 불린 투기꾼(?)이었다. 만약 당시 노벨경제학상이 있었다면 당연히 케이즈가 수상했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자본의 이윤율하락과 1971년 닉슨에 의한 금태환 중지, 1973년 고정환율제 폐지로 주가가 대폭락했다. 미 달러화의 세계지배, 금 1온스당 35달러 기준으로 달러발권 통한 화폐권력, 달러제국주의에 기초한 브레튼우즈체제는 붕괴했다. 현재 금 1온스당 가격은 3,100달러에 달한다. 무려 86배나 올랐다는 미달러 가치가 폭락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양적완화를 계속하고 있다.
1976년 1월 IMF잠정위원회는 금의 공정가격 철폐하면서 변동환율제를 뒷받침했다. 1976년 자메이카의 수도인 킹스턴에서 체결된 킹스턴 체제(Kingston system)는 달러와 금의 관계를 단절하고 변동 환율제와 고정 환율제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978년 4월 각국은 환율제도 선택할 수 있게 됐는데 한국은 5% 범위 내에서 재량권을 행사했다. 필자는 1997년 4월 유럽민중회의(Alternative Summit,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참여했을 당시 집회현장에서 ‘ Dollar=The Gang(ster)’, ‘WTO= World Terrorist Organist’라는 유인물을 본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 지나지 않은 1997년 11월 IMF외환위기에 처한 한국도 완전 변동환율체제로 전환했다.
돈의 발권을 통한 인플레와 약탈은 계속되고 있다. 16세기 영국 헨리 8세는 은 함유량을 속여 민중을 착취했고, 프랑스 루이 14~16세 시기에도 왕립은행 발권을 통해 무도회와 향락을 즐겼으며 지배권력을 유지하는데 이용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금융거래는 투기적 거래다. 1970년 초에는 10%만 투기거래였으나 현재는 90% 이상이 투기적 거래다. 국제고리대금업자들은 1달러 빌려주고 9달러 환수해 간다. 가히 약탈이라 할 수 있다.
G7국가의 외환보유액을 넘는 돈이 거래되고 있는데 그 중 80%가 일주일 이내 상환해야 하는 초단기 거래이다. 바로 IMF외환위기 또는 외채위기 원인이다. 미국, 유럽 증시에서 0.03초 극초단타 매매(HFT ; high frequency trading)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회전율이 높아지면 주가변동성과 위기가 커진다. 오늘날 주식거래에서는 매매자와 매도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중간차익을 노린 주식이 거래되기도 한다. 한편 금융위기을 증폭시키는 파생금융상품이 일반화되고 확대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는 세계자본과 개별국가 사이에서 자본이 우위에 서고 국가가 하위파트너가 되는 형태이다. 각국 정부는 자본의 행정대행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결을 격화시킨다. 총자본(잉여) ➡ 국가(경쟁력) ➡ 기업(경쟁력) ➡ 노동자 (경쟁력, 스펙쌓기, 무한 피착취)로 이어지는 착취의 사슬구조가 강화된다. 자본의 더 많은 착취를 위해 노동계급 내부는 성과연봉, 정규직과 비정규직, 성별, 학력, 산업, 지역, 내외국인 등으로 차별과 격차가 커진다. 노동계급은 계층화를 통해 해체된다.
세계금융자본은 점점 국가, 노동, 시민사회의 통제를 벗어난다. “자본의 홍등가”라 불리는 케이먼, 바하마 군도 등 전 세계 수많은 역외금융센터에서 통제받지 않는 금융투기자본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 지구를 배회하며 약탈을 감행하고 있다. 세금 없이 거래되는 금융투기자본은 수 경원(한국 총GDP 1.877조원)에 달한다. 인구 4만여명에 불과한 케이먼 군도에 600여개의 은행이 있을 정도로 세금 없는 천국(Tax Haven)이라는 면세 및 탈세지역이 존재한다. 예치된 검은 돈의 다수가 뉴욕, 런던, 도쿄 등 금융 중심지에서 회전하고 있다.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에 따르면 전 세계 슈퍼 부자들이 조세피난처로 옮긴 자산은 11년 전인 2014년에만도 21~32조 달러로 추정했다. 국가별 순위는 중국 1위, 러시아 2위, 한국 3위, 브라질 4위, 쿠웨이트 5위로 발표했다. 2023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2만 9308명으로 2022년 2만8690명에 비해 2.1% 증가했다. 상속세, 증여세, 배당소득세가 없는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204명(재산 1천억원 이상 보유자 포함)의 유출 금액은 2조원에 달한다. (“20년 넘은 약탈적 상속세…사람도 돈도 한국 떠난다”, 한국경제신문, 2024.10.22)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는 공황상황에 빠져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의 금융재정정책으로도 공황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방법이 국제화폐금융자본의 막대한 양(거품)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별국가나 지역연합이 금융투기자본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2009년 12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인수목적주식회사(SPAC :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설립이 시작됐다. 기업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서류상의 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해 투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이를 바탕으로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것인데 우회상장과 같은 형태이다. 특수목적회사와(SPC)와 M&A를 합친 개념으로 명목 주식회사이고 3년 내 M&A 안하면 자연 청산된다. 이처럼 국가도 M&A를 촉진하기 위해 서류상 회사를 장려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위험이 증대되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살고 있다. 파생금융상품을 포함한 재무위기 규모는 세계 총 GDP의 10배가 넘는다. 거기다 글로벌 공급망에 따른 세계 물류체계 위기, 에그(Agriculture Products)플레이션을 동반한 식량위기, 석유가 폭등의 경우 미달러 약세와 투기로 인한 에너지 위기, 기후위기, 전쟁위기, 기아•빈곤•질병위기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하루 젖소 한 마리 보조금이 1~2달러인데 반해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인구는 10억 명에 달한다.
<달러>의 저자 엘렌H.브라운 “한 나라의 통화와 금융시스템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것은 민간 국제은행가들이며 이들의 통제와 조작에 따라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그때마다 기업과 정부의 부는 어디론가 사라진다”고 했다. 경기의 불가피한 순환이나 정부의 통화정책 혹은 환율정책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1920년대 영국에서 두 번째로 부자였고 영국은행의 이사였던 조시아 스템프는 “현대금융시스템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돈을 찍어낸다. 그 과정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속임수의 명작일 것이다. 금융업은 불공정 속에서 잉태되고 죄 가운데 태어났다....은행가들이 지구를 소유한다. 그들에게서 지구를 빼앗아도 돈을 찍어낼 권한(발권)이 있는 한 그들은 펜을 한 번 휘갈기면 그것을 사들일만한 돈을 찍어낼 것”이라며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잔혹한 사기(詐欺)”이라고 혹평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는 고작 1만분의 1을 차지하는 주화(동전)일 뿐, 거의 모든 통화(지폐)는 민간은행에 대한 빚으로 이뤄진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다국적 은행들의 컨소시엄이 소유한 민간법인일 뿐이다. 실물통화(주화와 달러지폐)는 미국 전체 통화량의 3% 미만일 뿐이다. 나머지 97%는 컴퓨터 화면상의 입력자료로만 존재할 뿐이며 ‘대출’이라는 형태로 은행이 만들어 낸다. 달러제국주의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거대한 도박장치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금융자본주의는 통제받지 않는 금융카르텔에 의해 유지된다. 2세기 전 미국 앤드류 잭슨 대통령(7대, 1829~1837 재임)은 “금융 카르텔은 서민의 살점을 뜯어먹는 다두(多頭)괴물”이라고 했다. 1920년대 세계금융의 중심 뉴욕의 존 하일란 시장은 ”금융은 거대한 낙지“라 비유하면서, “그 길고 억센 팔로 행정관료, 입법기관, 학교, 법원, 언론, 공공의 안녕을 위해 만들어진 여타의 모든 기구를 틀어쥔 존재”이며, “빚거미(Debt Spider)가 거미줄에 걸린 농장과 가정 그리고 온 나라를 삼켜버렸다.”고 비판했다.
<금융의 종말>의 저자 한스 쉬히트는 금융마법사들의 거미줄 치기 규칙으로 “➀ 일반인은 부의 집중을 전혀 볼 수 없게 만든다. ➁ 레버리지(Leverage, 차입투자)를 통해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합병, 경영권 탈취,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는 연쇄주식보유, 꺾기대출 등을 동원한다. ➂ 개인적인 관리 및 통제를 엄격히 하며, 내부자는 최소인원으로 제한하고 대신 그 게임에 극히 일부분밖에 모르는 바지사장을 내세운다.”고 말했다.
3. 금융투기자본의 약탈행위 유형
해외매각, 민영화, 4대 부문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쟁했던 노조(노동자)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의 활동 과정에서 수많은 약탈과 탄압이 자행됐다. 다음은 불법인수합병, 투자회피, 구조조정, 공적자금 투입, 차입매수, 유상감자, 고배당, 자산매각, 회계조작, 환투기, 탈세, 기술유출, 회사청산, 공권력 투입과 노동자탄압 등 권력과 결탁한 투기자본의 약탈 유형이다.
① 불법인수합병 : 2003년 외환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인 불법매각이었다.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이자 투기자본 론스타는 산업자본이기 때문에 금융업을 할 수 없었다. 은행법에 따라 외국인의 경우 1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론스타가 경영권을 포함해 주식 51%를 인수했다. 청와대, 정부경제관료, 은행경영진, 금융감독원, 김앤장(변호사법 상 불법 단체) 등이 공모하여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국제결재은행(BIS,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기준 8% 이하로 조작하여 부실은행으로 둔갑시킨 후 헐값에 팔아넘겼다. 결과는 4조 6천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먹튀했고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② 투자회피 : 상하이 투기자본은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조 2천억원을 투자하고 완전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기술만 유출한 뒤 빠져나갔다. 3천 여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당했고 30명이 넘는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끊었다. 투기자본은 인수할 당시 노동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장기투자 약속했으나 투자를 회피하고 회사를 파산으로 내몬 뒤 법정관리에 맡기고 철수했다.
③ 구조조정 : 투기자본은 단기간에 이익을 빼먹고 도망쳐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나 기술혁신 등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에 집중하였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로 알려진 MBK파트너스가 케이블 방송 C&M을 매각하기 위해 정리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최근에는 고려아연과 영풍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였으며, 최근에는 대출상환과 투자자 배당에 집중하면서 홈플러스를 부도로 몰아넣었다.
④ 공적자금 투입 : 투기자본은 부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정부의 역할을 요구한다. 기업을 살리고 고용 유지 명분으로 지원을 요청한다. 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는 경제회생을 위해 국민의 혈세인 150조 원의 공적자금 투입하였다. 그러나 절반 정도는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전국민에게 부담을 지웠다.
⑤ 차입매수 방식(LBO, Leveraged Buy-Out) :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인수할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흐름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돈을 차입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2005년 2월, 자본금 231억 원의 리딩투자증권이 1310억원에 브릿지증권 인수하는데 계약금 20억 원을 걸고 잔금은 브릿지증권과 합병한 후 보유 자산을 팔아 잔금을 갚는 LBO 방식을 선택하였다. LBO방식으로 성장한 사모펀드로 미국계 사모펀드 KKR이 대표적이다.
⑥ 유상감자 : 일반적으로 기업이 경영에 실패하면 주식을 소각하거나 감자한다. 특히 경영에 실패한 대주주는 무상감자하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다. 그러나 투기자본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을 모두 빼먹는다. 오히려 소액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감자를 강요하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한다.
⑦ 고배당 : 투기자본들은 단기간에 이익을 빼먹고 나가는 '먹튀"이므로 최대한 높은 배당 실시한다. 연초 주주총회 때 한 번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배당'을 통해 이익금 빼나간다. 최고경영자나 이사들에게 고액의 스톡옵션을 포함해 높은 연봉을 줌으로써 주주에 충성하도록 하며 회사자금을 유출시킨다.
⑧ 자산매각 : 투기자본은 주주 고배당, 경영진 고연봉, 매각차익뿐만 아니라 회사자산을 교묘하게 매각하여 자금을 유출시킨다. 대주주라 하더라도 회사자산을 일방적으로 매각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⑨ 회계조작 :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불법으로 정리해고 하는 과정에서 회계를 조작하였다. 회계를 조작하여 회사를 파산으로 내 몰고 법정관리에 맡기고 먹튀한다. 노동자들이 이를 알게 되는 것은 먹튀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재벌들이 벌인 부정과 부패의 핵심은 가,차명 계좌와 이중장부 등 회계조작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선진금융기법’으로 포장되었다. 돈에 매수되어 거수기로 이용되는 감사가 눈 감고 있는 사이 회사는 회계를 조작한다..
⑩ 환투기 : 고배당과 매각차익 외에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추구한다. 제조업의 경우도 단순히 투자, 생산, 이윤극대화만이 아니라 국내외 환율변동에 따른 금융화를 시도한다. 해외자본의 국내 직접 투자 기업도 투자자금의 일부를 환투기를 통해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은행이 중소기업에 키코(KIKO)라는 금융파생상품을 판매한 것도 일종의 위험회피수단인 '환헤지'가 아니라 '환투기‘를 유도한 것이었다.
⑪ 탈세 : 1998년 제일은행에 17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시킨 뒤 뉴브릿지캐피털에 매각하였다. 2005년에 영국계 스탠다드차트 자본에 팔고 나가면서 1조 2천억 원의 매각차익이 발생했지만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가간 이중과세방지협약에 의해 본사(말레이시아 라부안)가 있는 나라에만 세금을 낸다는 이유였다. 라부안은 세금면세(tax haven)지역이었고 그곳에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뉴브릿지 캐피털은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실질적인 영업을 한 것이기 때문에 세금을 탈세하였다.
⑫ 기술유출 : 대표적으로 쌍용자동차 기술을 헐값에 빼나간 것이 상하이자본이다. 신형 자동차 모델 개발에 3000억 원이 필요하던 시기에 고작 200억 원만 내고 기술을 빼나갔다. 경영권 장악한 후 전산망과 연구진의 현지근무를 통해 도면과 기술을 중국공장으로 이전시켰다. 당시 기술료만으로도 최대 1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상하이 자본 다음으로 농기계회사로 출발한 인도 마힌드라 역시 쌍용차를 인수한 뒤 기술을 유출하고 매각했다. 그들 모두 정상적인 ‘기술이전’이라 주장하였다.
⑬ 회사청산 : 투기자본은 회사 인수 해 모든 것을 다 빼먹고는 공장을 폐쇄한다.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 형식을 빌려 청산했고, 발레오 공조, 오리온전기, 하이디스(대만 이잉크)는 공장폐쇄 후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노동자들은 가정파탄과 죽음으로 내몰렸다.
⑭ 공권력 투입과 노동자탄압 : IMF 외환위기 직후 한라그룹(만도 등 계열사)이 해외투기자본에 넘어가고 구조조정을 당했을 때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저항했을 때 김대중 정부는 최초로 공권력을 투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쌍용자동차 노조가 77일간의 옥쇄파업을 벌일 때 먹튀자본 경영진의 출국금지 등 법적 조치가 아니라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했다.
3. 맺는 말
한국경제는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 세계경제에 깊숙하게 편입되어 있다. 1992년부터 금융시장 개방을 시작했고, 1997년 IMF외환위기 직후부터는 IMF 프로그램에 따라 개방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공공, 기업, 금융, 노동 등 4대 부문 구조조정을 통해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시했고, 뒤이은 노무현 정부는 금융의 세계화와 한미, 한EU 등 전방위적인 자유무역(FTA) 정책을 실시하였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수구보수 여야 정당의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국책은행 대부분은 해외투기자본에 매각되거나 민영화되었다. 사채고리대금업은 저축은행으로 변신했고 신용거래 미명 아래 카드발급이 확대됐으며, 투기적 단기거래가 만연한 주식시장을 넘어 파생금융상품이 범람하고 있다. 은행은 주택담보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소매금융으로 높은 예대마진을 통해 금융약탈을 자행하고 있으며 금융피해자는 증가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2천조원을 넘어섰다. 재벌부자감세로 조세재정이 악화되어 사회복지는 축소하고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권이 관세전쟁을 유발시키는 과정에서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에게 천문학적인 수준의 미국 현지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370억(약 54조원)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현대자동차재벌은 2028년까지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하는 등 국부의 해외 유출로 국내 투자약화와 생산감축은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탄핵•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금융투기자본의 착취와 약탈로 인한 노동자민중의 고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장과 광장> 12호, 20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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