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 국제독점자본주의의 특징과 붕괴 (4) - 현대독점자본주의의 의제 자본주의적 성격을 중심으로


본문
신재길 (편집위원)
<순서>
1. 의제 자본주의
1) 의제 자본에 대한 맑스의 생각
2) 의제 자본 출현의 역사적 필연성
3) 의제 자본과 실제 자본의 관계
4) 의제 경제의 독특한 행동 기반과 메커니즘
2. 독점자본주의의 의제 자본주의(국제독점자본주의)로의 발전과 변화
1) 자본주의의 발전과정
2) 국제독점자본의 대두
3) 미국의 의제 자본주의로의 전환
4) 국제독점자본의 구조적 특성
5) 의제 경제의 변화된 운동 방식
3. 국제독점자본과 국가주권의 모순
1) 국제독점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과 국가의 관계 변화
2) 자본 축적과 사회적 합의 사이의 모순
3) 새로운 혁명적 상황과 신흥 공업국
4. 의제 자본주의 시대의 제국주의 전쟁
1) 의제 자본주의 시대 전쟁 형태의 변화
2) 미국의 의제 경제 의존과 세계 화폐 헤게모니
3) 통화 헤게모니를 둘러싼 새로운 제국주의 전쟁
5.국제독점자본의 붕괴와 격변기의 도래
(이어서...)
4) 국제독점자본의 구조적 특성
국제독점자본주의는 현대 자본주의의 세계화와 금융화의 조건하에서 독점자본주의의 특수한 역사적 발전단계이다. 현대 국제독점자본주의는 이전 국가독점자본주의와 다른 구조적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화란 국제적 산업 분업 체계를 말한다. 글로벌 가치 사슬이라고도 한다. 금융화는 일국적 금융통제를 벗어나 국가 간에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체계이다. 금융 자유화는 의제 자본주의체계로 국제금융독점의 세계적 지배를 위한 조건이다. 국제적 산업 분업 체계가 전 세계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위계 체계라고 한다면, 금융화는 의제 자본주의적 성격을 갖는 약탈 체계이다. 이는 간단히 말해 달러 기축 통화 지배 체제이다. 국제독점자본주의는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생산한 잉여가치를 의제 자본주의 체계를 이용해 약탈하는 이중적 착취 약탈 자본주의 구조이다.
국제독점자본주의는 국제 분업체계와 의제 자본체계라는 두 축으로 하는 세계 불균형 구조를 형성했다. 국제독점자본주의의 불균형 체계는 생산과 소비의 분리이다. 단순화시켜 설명하면 중국은 생산하고 미국은 소비하는 구조이다. 이는 달러 환류 시스템에 의해 가능했다. 중국의 생산물을 미국은 달러를 발행하여 구매한다. 중국은 상품 대금으로 받은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한다. 그러면 달러는 미국으로 환류되어 중국의 상품을 다시 구매한다. 이런 순환 고리를 달러 환류 시스템이라 한다. 중국은 미국채를 쌓아가며 채권국이 되고 미국은 국채를 계속 발해하는 채무국이 된다. 이런 구조가 지난 40여 년 동안 가능했던 것은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개방과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노동력의 대거 유입과 산업의 국제적 분업으로 상품가격의 지속적 하락에 기초한다. 물가하락 기조는 달러의 가치를 유지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며 이는 미국 국채의 안정성의 담보가 되었다.
이런 달러의 안정성은 주기적인 공황이 거듭될수록 더욱 강화되었다. 공황 때마다 안정한 결제 수단인 달러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이는 공황이 지나면 세계 모든 국가들이 다가올 공황에 대한 대비책으로 달러를 비축하는 흐름을 형성했다. 결국 달러 표시 자산인 미국채의 수요를 증가시켰다. 미국은 아무런 실물 자산의 담보 없이도 달러를 발행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달러 발행은 미국채를 담보로 발행된다.)
미국은 부채를 통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고, 중국은 미국의 소비를 떠받치는 제조업 생산기지가 되었다. 미국의 소비는 자산 가격의 상승에 기반한다. 소위 의제 자본을 말하는 것으로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부동산 담보가치의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대출금을 증가시켜 소비를 촉진한다. 소비의 증가는 상품 수입의 증대를 가져오고 이는 달러를 세계적으로 유통시킨다. 미국은 다시 미국채를 발행해서 달러를 회수한다. 이렇게 달러 순환 고리는 미국의 소비를 매개로 작동한다. 그리고 미국의 소비를 가능하게 한 자산가격의 지속적 상승은 금리의 지속적 하락에 근거한다. 금리의 하락경향은 부채에 의한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달러 기축 통화 체계는 의제자본주의 약탈체계의 기초이다. 이런 약탈 시스템은 직접 지배 방식도 아니고 간접 지배 방식과도 다른 네트워크 지배 방식이다. 네트워크 지배 방식은 강압과 회유가 아니라 자발적 복종을 특징으로 한다. 달러 네트워크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야 세계화된 경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네트워크 효과라 하는데 이런 지배 방식을 헤게모니 지배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런 기축 통화 중심 네트워크 세계 지배 방식의 핵심은 기축 통화 체제를 유지 강화하는 것이 된다.
5) 의제 경제의 변화된 운동 방식
산업 자본 중심의 경제에서 의제 자본 중심의 경제로 변화함에 따라 자본 운동 방식도 변화했다. 첫째, 경제위기의 순서가 뒤집혔다. 둘째, 화폐와 인플레이션의 전통적인 관계가 변화했다. 셋째, 고용과 GDP 성장 간의 관계가 왜곡되었다.
(1) 경제위기의 순서 변화
산업화 경제와 탈산업화된 의제 경제는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산업 자본주의 시기인 1930년대와 1970년대의 공황은 과잉 생산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먼저 발생했고, 기업 부실로 인한 부실 자산의 급증과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부도 및 금융위기가 이어졌다. 경제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잉 생산으로 나타난 유효 수요 부족이었고, 시장 수요의 확대가 생산 확대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케인즈의 일반이론은 수요 결정 이론을 제시하고 경제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효 수요 조정 정책을 만들었다.
1970년대 이후 미국 경제가 의제 경제로 변하자 이러한 공황 발생 순서가 바뀌었다. 먼저 의제 경제로 변한 세 가지 요인을 보자. 첫째, 미국 달러와 금의 분리로 미국 달러와 미국 달러 자산의 국제화가 금 보유량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둘째, 산업 자본의 이윤율 저하는 경제적 구조 변화를 압박하는 기반이 되었다. 셋째, 국제(금융)독점자본이 형성되었다. 국제독점자본은 자본 자유화를 주도하여 미국과 영국 경제를 탈산업화하였다.
이에 따라 의제 경제는 실물 경제에서 벗어났고, 그 과도한 확장은 결국 금융위기를 촉발했다. 전후 미국 경제의 탈산업화와 의제 경제화는 미국 경제의 성장 방식과 외부 세계와의 소통 방식 등 미국 경제의 운영 방식을 변화시켰고, 세계 경제의 질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08년 금융위기는 유효 수요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은 당시 탈산업화로 과잉 생산이 아니라 과소생산으로 소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하락,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규모 채무 불이행, 금융 레버리지의 붕괴로 인한 은행 부실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는 의제 자본의 특성인 거품의 형성과 붕괴를 보여준다. 의제 자본주의에서 공황은 의제 자본의 거품붕괴로부터 시작하여 실제 경제의 침체로 이어진다.
(2) 화폐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변화
의제 경제는 대부분 부채로 자금을 조달한다. 의제 경제가 활성화되고 거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면 같은 양의 현금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부채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의제 경제로 유동성이 공급되면 의제 경제는 화폐순환이 빨라지면서 급격히 팽창하게 된다. 팽창하는 의제 경제는 계속 팽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화폐 투입을 요구하게 된다. 이런 의제 경제로의 화폐 유입은 신용(의제)화폐 체계 하에서 금본위제의 화폐 퇴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1997년 동남아시아의 금융위기로 1조 달러 이상의 자금이 미국으로 갑자기 유입되었지만 미국 경제에 반영된 것은 물가의 급격한 상승이 아니라 주식시장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상승이었다. 미국의 잘 발달된 의제 경제는 외부 유동성 충격과 미국 실물 경제 사이에 완충 장치를 형성하고 있었다. 2008년에도 전례 없이 유동성을 공급하였지만 10년간 인플레이션은 풀린 유동성에 비해 미미하였다. 이처럼 1970년대까지 미국에 존재했던 물가와 중앙은행의 통화 팽창 사이의 직접적인 관계는 의제 경제의 화폐 흡수 메커니즘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이런 화폐량의 증가와 물가 상승과의 괴리는 팬테믹 때의 화폐 공급에서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나타나 작동하지 않았다. 팬테믹 때는 발행 화폐가 실물 경제에 직접 지원 되었기 때문이다.
(3) 고용과 GDP 성장률의 관계 왜곡
GDP 성장이 곧 고용 증가이며, 두 변수 간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직접적이고 동시적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의제 경제에서 이 관계는 뒤바뀐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1950-60년대 제조업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25-27%를 차지했고, 제조업 GDP가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27%였다. 2016년에는 제조업 GDP 비중이 11.7%로, 취업자 비중은 8.3%로 하락했다. 이는 GDP 성장에 따른 고용 증가가 제조업 비중 대비 약 7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리고 미국 GDP의 중심 산업인 금융과 부동산업의 GDP 비중은 20% 이상이지만, 취업자 비중은 5.6%에 불과하다. 반면 현재 미국에서 고용 기여도가 10%를 넘는 업종은 정부 서비스, 의료 교육, 상업 서비스업, 소매업, 요식업, 엔터테인먼트업 5개 업종으로, 고용 기여도가 총고용의 66.8%에 달하며, 서비스업은 이미 고용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이 5개의 고용 중심 산업을 모두 합해도 GDP 기여도는 43.3%에 불과해 고용 기여도에 크게 못 미친다. GDP의 중심 산업과 고용의 중심 산업은 같은 산업이 아니며, 이는 고용과 GDP 창출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크게 약화시켰다. GDP 중심 산업의 회복이 고용을 견인할 수 있는지는 GDP 중심 산업과 고용 중심 산업 간의 연관 메커니즘 및 시차에 따라 달라지게 되었다.
이렇듯 의제 경제의 발전은 경제위기의 발생 메커니즘, 화폐와 인플레이션의 관계, 고용과 경제 성장과의 관계드 기존의 자본 운동 방식을 변화시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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