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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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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5-06-14 17:05 36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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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파란 (수필가)



2016년 1,777명

2017년 1,957명

2018년 2,142명

2019년 2,020 명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일하다가 죽은 숫자이다.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2,100여 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건 전시상태다. 자본이 노동자를 무자비하게 죽이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내전이 발생한 것처럼 죽어나가도 이 사회 구성원들은 이런 기업 살인을 일상적인 일로 다 넘어간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권이 바뀌어도(김대중-노무현-문재인 거치면서도) 이 죽음의 일터는 바뀌지 않았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벨트와 룰러 사이에 몸이 끼인 김용균의 시신은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고, 등은 갈라져 타버린 상태였다. 4시간 만에 발견된 김용균의 시신을 회사는 그의 동료들에게,


- 김용균의 시신을 석탄 자루에 수습할 것을 지시했다.


2023년 12월 17일, 김용균 사망 사고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5년간 이뤄진 재판 결과를 요약하면, 2020년 8월 검찰이 원청과 하청 기업과 사장 등 14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원청 대표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1심부터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유죄 판결을 받은 일부도 2심을 거치면서 모두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 결과 김용균 재판에서 실형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2025년 그곳에서 사람이 또 죽었다.


사람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소년공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만 환호했다. 그 소년공 이재명이 고김용균이 남긴 과제를, 대선을 앞두고 무엇 때문에 외면하고 폐기했는지 그 누구도 따져 묻지 않았다. 오로지 숨진 태안화력 노동자 김충현씨의 책상에 남겨진 '이재명과 기본소득'이라는 책이 이 세상을 향해 너희들은 무엇을 위해 ‘이재명’을 외치는 것이냐고 물을 뿐이다.


이곳이 사람 사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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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8년 김용균은 어떻게 죽었는가


  : 작업환경


김용균은 1994년 12월 6일 경상북도 구미에서 태어났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있던 그는 4년제 대학을 가고 싶었으나, 취업이 어려운 시대를 걱정한 어머니의 권유로 군복무를 마친 뒤 2년제 전문대인 대구 영진전문대학교에 진학해 2018년 졸업했다. 한국전력공사 입사를 목표로 구직활동을 하던 중 2018년 9월 17일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그는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트랜스터타워에 배치되었다.


김용균의 노동조건은 열악했다. 눈처럼 흩날리는 석탄 가루를 뚫고 다니며 컨베이어 벨트에 떨어진 석탄을 주워 올리고, 좁고 어두운 기계 틈을 다니며 설비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보고해야 했다. 약 2킬로미터에 달하는 구간의 컨베이어 벨트를 밤새 오가며 점검해야 하는 업무였으나, 제대로 된 손전등도 지급되지 않아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야 했다.


손전등조차 지금되지 않았는데 안전장치라고 갖춰져 있었을 리 없다. 현장에 설치된 비상 정지 장치는 위기 시 팽팽하게 연결된 안전줄을 잡아당기면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는 ‘풀 코드’였는데, 2인 1조로 안전업무를 수행했다면 함께 간 동료가 대신 장치를 작동 시켜줄 수 있었겠지만, 김용균은 현장에 혼자 투입됐다. 인력을 수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줄은 당길 수도 없이 느슨하게 늘어져 있었다. 일하다가 안전줄을 잘못 건드려 기계가 멈추기라도 하면 원청에서 그 책임을 묻는다는 이유였다.


: 김용균의 문재인

 (그 시신 석탄 자루에 수습해라)


김용균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3개월 동안 스물여덟 차례에 걸쳐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줄 것을 원청에 요구했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추진하던 ‘문재인 대통령과 비정규직 100인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손팻말을 들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김용균은 문재인을 만나지 못했다. 문재인은 박근혜와 함께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재판에서 그 죄의 정도를 다투고 있었던 이재용을 9번씩 만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언론에 노출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화 요청에는 끝내 답하지 않았다. 


그런 김용균은 자신의 생일을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23분,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 발견됐다. 벨트 롤러 사이에 몸이 끼인 김용균의 시신은 머리와 목이 분리되었고, 등은 갈려서 타버린 상태였다. 4시간 만에 김용균의 시신을 발견한 회사는 그의 동료에게 석탄 자루에 시신을 수습할 것을 지시했다.


: 김용균의 죽음 이후


병원에서 김용균의 죽음을 확인하고 오열하던 유가족을 찾아간 하청업체 이사는,


“용균이가 착실했지만 하지 말라는 일을 했고 가지 말라는 곳을 갔다. 사고를 당했으니 보험 처리해주겠다” (김미숙 고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월간참여사회 2019.5)


는 말로 사고의 책임을 김용균 개인의 부주의로 몰고 갔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편한 세상이 없다. 이 땅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며 일하다 죽어도 어쩔 수 없는, 성장을 위한 작은 희생으로 치부한다. 이런 현실에서 기업이 안전을 위해 투자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재계는 안전 규제 도입을 이야기하면 바로 "수천억 원 손실"이란 말로 응수한다.


자본만 이런 야수성을 지녔을까? 정치는 더한 야수성을 보였다. 김용균의 유가족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절하겠다고 밝히자, 바로 온라인에서 유가족을 향한 공격이 시작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일부 코어 지지층은 유가족의 행동이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을 염려해 공격에 나섰고, 노조혐오 정서를 지닌 이들은 유가족이 민주노총에게 포섭되어 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공격했다.


이렇게 노동자의 불행하고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게 묻는 것은 경제 성장세 지장이 가서 안 되고, 정부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행보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니 안 된다는 것이 김용균 죽음의 결론이었다.


실제로 '김용균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자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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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이 얼마나 죽어나가든 이 사회는 바뀔 생각이 없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법과 제도가 있는데,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고 바꾸면 될 일이다. 하지만 체제는 한사코 개선을 거부하거나 부차적인 부분에만 손을 댄다. 왜냐하면 개선을 요구받는 부분은 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체제의 작동원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사용은 이제 경제의 부작용이 아니라 작동원리가 되었다. 기업은 핵심 업무라 생각되는 부분의 주요 인력만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위험하고 번거로운 업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성이 생기는 분야의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한다.


기업은 큰 부담 없이 그때그때 사람을 고용했다 해고할 수 있어 경비를 절감하고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 손실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기업 경영의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차적인 것들은 좀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 사회 ‘성장’의 논리다. 사람이 얼마나 죽어나가든, 비정규직과 하도급 고용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수정할 생각이 없다. 즉 이 말은 앞으로 우리는 문재인 정부 때 죽은 김용균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사회는 말한다.


“김용균의 죽음은 남들처럼 더 열심히 준비해서 더 좋은 직장에 정규직으로 들어갔으면 피할 수 있는 일이다” 라고.



3. 2025년 또다시....김충현의 죽음


2025년의 김용균인 숨진 태안화력 노동자 김충현씨 책상 위 마지막 희망처럼 남겨진 것이 “이재명과 기본소득‘이라는 책이었다. 그럼 숨진 노동자의 마음처럼 이재명도 김충현씨의 희망인 정치를 하고자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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