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해복특위 폐지는 민주노총의 역사성 부정
본문
허 영구(민주노총 해고자)
1. 자본의 착취체제와 노동자해고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가 해고자복직특별위원회(해복특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해고자복직 투쟁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 해고자문제를 민주노총이 직접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계급투쟁의 포기 선언이다. 기존 노총에 반대해 민주노총을 건설하고 투쟁해 왔는데 창립 30년 만에 다시 전투적ㆍ계급적 ‘민주’노조를 포기하고 체제내화된 노총으로 돌아가고 있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배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다. 노동과 자본의 계급투쟁은 필연적이다. 자본은 노조의 단결을 약화ㆍ붕괴시키기 위해 노동자들을 분할지배하며, 노조지도부 및 핵심활동가를 회유ㆍ협박하거나 해고한다. 자본주의 국가권력과 사법부가 결탁해 투쟁하는 노동자를 구속ㆍ수배ㆍ해고한다.
2. 전해투 창립과 전국적 투쟁전선 확대
해고자복직 투쟁은 민주노총 창립 이전부터 시작됐다. 1988년 8월 23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해고자 등 5천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한 가운데 ‘완전복직 및 해고반대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해고자복직 투쟁을 결의했다. 1993년 해고자들은 소위 ‘문민정부’라던 김영삼정부 출범에 맞춰 전국구속ㆍ수배ㆍ해고노동자원상회복특별위원회(전해투)를 결성하고 전국적인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전해투는 노태우 정권 때 해고된 3,226명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투쟁을 전개했다. 전해투는 해고자문제뿐만 아니라 구속ㆍ수배문제 또한 주요한 투쟁과제로 삼았다. 노태우 정권 5년 동안 구속된 노동자는 2천여명에 달했다. 정권과 자본은 구속ㆍ수배ㆍ해고를 통해 민주노조를 탄압했다. 전해투는 공청회, 해고자원직복직촉구결의대회, 단식 등 다양한 투쟁을 통해 해고자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연대를 요청하였다.
3. 민주노조 건설과 함께 한 전해투 투쟁
1993년 6월 1일 전노협과 업종회의 중심의 ‘ILO공대위’를 확대개편해 전국노조대표자회의(전노대)가 창립됐다. 1994년 11월 전국 노동자대회(경희대)에서 민주노총 준비위원회가 창립됐다. 나는 전노대와 민주노총 준비위원회 2년 6개월 동안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전해투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거의 모든 투쟁에 연대했다. 한진그룹의 폭력테러 규탄 공동집회, 전해투지원대책위 주최 회의, 전해투 소속 해고노동자들의 복직결의 장기기증식, 전해투와 원진레이온 공동집회도 함께 추진했다.
나는 LG전선 해고자 위임을 받아 LG본사에서 교섭도 했다. 민자당사 앞 집회, 전해투 투쟁기금마련 일일호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한 대우정밀 병력특례해고자 38일간의 단식투쟁 등을 지지연대했다. 그러나 조수원 해고자는 4년 6개월에 걸친 해고ㆍ수배ㆍ단식 투쟁을 통해 복직을 합의했지만 병무청의 거부(병력특례 5년 중 4년 6개월 근무한 노동자에게 다시 군입대 명령)로 자결했다. 1993년 전해투 창립 후 1995년 11월 11일 민주노총 창립때까지 구속ㆍ수배ㆍ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곁에서 지켜봤다. 그들의 고통과 피눈물을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4. 해복특위 폐지는 민주노총 역사 부정
1987년 7ㆍ8ㆍ9월 수천 건의 파업 등 노동자대투쟁으로 만들어진 수천 개의 민주노조가 모여 ILO공대위. 전노대, 민주노총(준)을 거쳐 민주노총이 창립됐다. 민주노총 건설은 노동자 투쟁의 결과물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구속, 수배, 해고되었다. 해복특위는 민주노총 건설 후 만들어진 ‘위원회’와는 다르다. 바로 ‘전해투’를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특별위원회’로 결합시킨 것이다.
전해투는 민주노총 건설과 함께 만들고 함께 투쟁한 조직이다. 특정한 집행부가 마음대로 이 역사를 지울 수 없다. 민주노총은 초기부터 대정부 교섭이나 위원장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구속ㆍ수배•해고자 문제를 주요한 의제로 다루었다. 선두에 서서 투쟁하다 해고된 지도부나 활동가를 배제하다면 그것은 민주노조가 아니다. 전해투는 민주노총 소속 특별위원회임과 동시에 지난 30년간 모든 투쟁 현장에서 깃발을 휘날렸던 해고자들의 희망이었다. 민주노총이 해복특위를 폐지하는 것은 ‘전해투’와 함께 한 구속ㆍ수배ㆍ해고노동자의 투쟁역사를 폐기하는 것이다.
나는 1996~97년 세계화와 개방화를 앞세우며 노동자 정리해고를 강행한 김영삼 정권의 맞선 민주노총 노개투 총파업 중 명동성당에서 한달간의 수배생활을 했다. 그리고 1998년부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치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 론스타, FTA, 비정규직악법 저지투쟁 과정에서 2006년 구속됐고, 이명박 정권 때인 2008년 대법원판결로 직장에서 해고됐다. 그리고 60세 정년기준으로 만 8년간 해고자로 살았다. 그러나 영원한 해고자다. 민주노총에서 여러 차례 부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노동자 투쟁으로 건설한 민주노총이 노동자계급의 희망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스스로 역사를 부정하고 투쟁을 포기한다면 ‘민주’라는 간판을 떼어야 할 것이다.
(2026.4.22.수, “민주노총 해복특위 폐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민주노총 서울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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