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노조] 퇴직자 노동조합 필요성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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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8(토).11시, 용산 철도회관에서 [공공운수노조 퇴직자지부(준)] 발족에 앞서 발제한 내용입니다. 공공운수노조 퇴직자 지부 준비위원회 발족 선언문을 붙입니다. - 편집자

허영구 ('퇴직자노조' 준비위원, 前민주노총부위원장)
1. 초고령화 시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희망수명이 80세를 넘었고 100세 시대가 열렸다. 수명은 늘었지만 동시에 각종 병마에 시달리며 높은 의료비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노인빈곤율, 노인취업률, 노인자살률은 OEDC평균에 압도적으로 높다. 빈곤하기 때문에 일할 수밖에 없고, 일해도 빈곤해지거나, 더 이상 일할 수 없으면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린다. 노후의 보람과 건강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죽지 못해 일하는’ 슬픈 현실이다. 평균 국민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극단적 구조적 빈부격차와 양극화 속에서 노인들은 저소득, 질병, 높은 의료비, 사회적 차별과 고독의 수렁으로 빠져든다. 오래 사는 것(만수무강)이 축복이 아니라 노인과 사회의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2. 베이비붐 세대의 민주노조운동
한국전쟁 후인 1956~1965 사이에 약 천 만명이 태어났다. 높은 출생률의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베이붐세대라 부른다. 그들이 청장년이 되는 시기에 군사독재정권 주도하에 재벌을 앞세운 수출주도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정치적으로 한국식 민주주의(‘자유’가 유보된) 억압 속에서 저농산물-저임금 정책이 유지됐다. 그러나 독재정권과 자본의 억압과 착취를 뚫고 분출한 1987년 7•8•9노동자 대투쟁으로 민주노조가 건설되었고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 그리고 노동자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10년간의 반짝 현장 권력을 강화한 노동자 계급정치는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펼쳐진 세계화, 유연화, 금융화 앞에서 수세적 국면으로 몰리게 되었다.
3. 대량 퇴직과 빈곤한 노인 시대
베이붐 세대 노동자들은 단결을 통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을 통해 임금을 인상시켰으며, 불안하지만 일정한 고용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자본의 노동계급 분단과 차별을 통한 이중노동시장 구조속에서 대규모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을 막아내지 못했다. 계급적 연대와 멀어지면서 각자도생의 계층화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게 4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60세 정년을 기준으로 베이붐 세대 마지막인 1965년생이 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것도 정규직에 한 한 얘기일 뿐 파트타임•비정규•알바•플랫폼 노동자들은에게는 정년퇴직이라는 말이나 개념도 없다. 직장에서 받은 임금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아파트 한 채 구입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살았을 뿐 고령화 시대를 예비하여 변변한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다.
4. 고령화 시대를 예비하지 못한 민주노조운동
1987년 직후 10년간의 노동운동 상승기, 그 이후는 수세적 하강국면 속에서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확대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어 사다리 형태의 계층화 즉, ‘갑을’관계를 넘어 ‘갑을병정 무기경신...’이라는 다단계 하청과 분단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의 노후준비도 각자도생으로 진행됐다. 정권과 자본은 사회적 임금으로서 연금복지제도를 후퇴시키면서 ‘국민연금-퇴직연금- 개인연금’ 3단계 사다리꼴을 당연하게 각인시켜 노동시장 분단구조를 죽는 날까지 유지시키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지 못한 채 사회복지가 아니라 기업복지를 중심에 두었다. 민주노총 건설 전•후 시기에 ‘개량적 노동운동’으로 비판받으며 전개되었던 ‘사회개혁 과제’도 멀어졌다. 당연히 베이붐 세대 민주노조운동 당사자들은 퇴직 후 노조 조직화와 활동에 대한 논의조차 못하고 퇴직자가 되어 사회로 나오게 됐다.
5. 왜 퇴직자 노조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1. “근로자”, 2. “사용자”, 4, “근로계약”, 5. “임금” 등은 노동자가 생존을 위한 임금을 얻기 위해 사용자와 계약을 맺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경우를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년과 함께 퇴직하면 노동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해 왔다. 회사나 노조는 정년퇴직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식의 퇴임식을 열어준다. 당사자들퇴직 후에는 회사직원이 아니듯 노조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로서 생산수단, 금융자산, 불로소득의 원천인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는 한 연금으로 살아야 하거나 노인노동시장에 내 몰릴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노동자일 뿐이다. 비록 연금(국민+기초)만으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당시의 노자간의 관계가 연장된다. 자본은 끊임없이 연금제도를 후퇴시키려 한다. 국가재정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 역시 사용자인 자본주의 국가가 지급하는 사회적 임금이다. 따라서 국가를 통한 노인 일자리 소득이든, 연금 등 노인복지든 노동자 스스로 쟁취해야 할 (사회적)임금이다.
6. 퇴직자노조 건설과 과제
형식적이고 무늬뿐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산별노조는 기업별(회사)노조와 달리 특정한 회사와의 고용관계 속 조합원 자격과 상관없이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 본인이 탈퇴하지 않는 한 조합원 자격이 유지된다. 그러나 사업장 내 임금, 고용, 노동조건에 치중하면서 무늬만 산별일 뿐 실제는 기업별노조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퇴직자가 개별적으로 산별노조조합원으로 노조활동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산별노조 역시 상근인력, 예산, 사업 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퇴직자를 조직의 일원으로서 관리•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퇴직자 스스로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를 건설하고 노인 노동자의 생존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동시에 산별이나 총연맹 차원에서 퇴직자위원회를 설치하고 퇴직자노조(지부, 분회)를 건설할 수 있도록 지지•지원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조합원 200만 시대’ 말하면서 정년 후 퇴직자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 등을 노조가 관리하는 나라에서 노조조직률이 높은 이유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나이에 무슨 노조야!’라고 물러설 일이 아니다.
노년알바노조(준) 70대 여성청소노동자를 조직하고 모범적인 활동을 전개한 경험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중 80대인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임금, 고용, 노동조건, 산재 등에 대해 책임질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 노인돌봄 책임제, 노인의료보험 무상화, 65세 이상 상병수당 인정, 연금제도 강화와 함께 스스로 의미 있는 노년을 위한 보내기 위해서는 죽는 날까지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퇴직자노조로 뭉쳐 단결하고 투쟁해야 할 것이다. 퇴직자노조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존재할 노조이기 때문에 계급적 연대와 단결 투쟁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노인복지 확대를 막기 위해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 데 맞서 노동자 계급의 세대간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혜적 복지는 노동자 단결을 막고 착취를 감추는 자본의 기만적 전략이다.
(2025.11.6., 전태일기념관, 공공운수노조 퇴직자지부(준) 출범 기념토론회, “초고령사회. 노동조합의 역할과 과제”, 토론문)
공공운수노조 퇴직자 지부 준비위원회 발족 선언문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희망수명이 80세를 넘었고 100세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OEDC 국가 중 1위이며 평균의 3배에 달한다. 60세 정년 후에도 일하는 고령노동자가 50%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 단시간 저임금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 ‘죽지 못해 일하는’ 슬픈 현실이다.
해방 전후 고난의 시기에 태어난 80~90대와 한국전쟁 후인 1956~1965년 사이에 태어난 천 만명의 60~70대 베이비붐 세대가 거대한 고령층을 형성하고 있다. 독재정권하 수출주도 고도성장기에 ‘자유와 인권’을 억압당한 채 저농산물가격과 저임금 정책으로 착취당했던 다수의 노동자, 농민들이 노인이 되었다.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았고 오히려 빈부격차와 양극화는 확대됐다. 취약한 국가복지제도로는 생존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게 됐다.
이제 노인 차별적인 국가정책이나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의 시혜적 언술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야 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험난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각자도생으로는 존엄한 노년의 삶을 유지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 속 직장에서 퇴직한 노동자이자 노년, 고령노동자로서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자본가와 고용관계를 맺고 임금을 받는 자만을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임금인 연금을 받는 퇴직자 역시 노동자다.
우리 퇴직자들도 자본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동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로서 생산수단, 금융자산, 불로소득의 원천인 부동산을 보유하지 않는 한 연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연금소득만으로 만족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퇴직자는 많지 않다. 결국 저임금 불안정 단시간 노동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시혜적으로 포장된 고령자 일자리에 대한 차별에 맞서야 한다. 국민연기금 고갈 압박을 통해 연금제도를 후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야 하고 기초연금 감액기준 철폐와 대폭인상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사회적 임금 투쟁이다.
지난 4년 동안 노인관련 단체와 개인들은 공공운수노조의 지원으로 퇴직자준비모임을 갖고 여러 차례 회의와 정책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퇴직자를 조직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하고 공공운수노조 소속 특별지부를 건설함으로써 조직을 확대하고 정책과 투쟁을 활성화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사업장 내에서 노조를 조직하는 것과 다르고, 퇴직 후 조건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다시 노조로 단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퇴직자들이 단결하여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각종 노인우대, 노인연금, 고령자임금은 언제든지 후퇴할 수 있다. 퇴직자지부준비위원회는 현재보다 더 나은 복지와 노인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리고 빠른 시간 내에 퇴직자지부를 건설할 것이다.
<주장>
- 65세 이상 의료보험료 면제하라!
- 65세 이상 상병수당 허용하라!
- 65세 이상 고용보험 가입 허용하라!
-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라!
- 기초연금 삭감기준 폐지하고 대폭 인상하라!
- 노인복지 확대를 가로막는 세대간 갈등조장에 맞서 투쟁하자!
2025.11.8.토
공공운수노조 퇴직자지부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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