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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언론] 주의력 경쟁의 제단 위에서, 뉴스는 무엇을 '연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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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6-04-09 13:19 15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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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관 (자유기고) 


오늘날 한국의 뉴스 보도는 공적 기록의 성소를 떠나, 시청자의 주의(Attention)를 강탈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대한 쇼비즈니스의 장으로 변질되었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는 이 비극적 전환의 기술적 배경을 서늘하게 폭로한다. 


영화 속 전직 거대 IT 기업 간부들은 고백한다. “우리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단지 비즈니스 모델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1초라도 더 늘리기 위해 도파민을 자극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알고리즘의 설계는, 이제 저널리즘이라는 최후의 보루마저 집요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쌍방향성'이라는 허울과 저널리즘의 항복


​과거 언론이 가졌던 권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쌍방향 소통'과 '시청자 참여'라는 근사한 이름의 독배다. 실시간 댓글과 조회수라는 계량 지표에 목을 매는 순간, 뉴스는 인터넷 미디어의 자극적인 ‘렉카’ 콘텐츠와 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MBN <뉴스 파이터>의 앵커는 정보 전달자가 아닌, 시청자의 분노를 대신 배설해 주는 감정 대리인으로 군림한다. 격앙된 목소리와 단정적인 평가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순한 ‘권선징악’의 프레임으로 가두어버린다. JTBC <사건반장> 역시 다르지 않다. 블랙박스와 CCTV 속에 담긴 사적인 갈등을 ‘뉴스’라는 외피를 입혀 중계하며, 공적 의제가 머물러야 할 광장을 개인의 도덕성 성토장으로 변모시켰다. 시청자의 즉각적인 반응에 최적화된 이 보도 문법은 저널리즘의 본질인 ‘맥락’을 거세하고 오직 ‘자극’만을 남긴다.



손석희의 <뉴스룸>이 우리에게 남긴 잔향


이토록 뉴스가 ‘쇼’가 되어가는 난장판 속에서, 과거 손석희가 진행하던 JTBC <뉴스룸>이 유독 귀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뉴스가 보여줘야 할 미덕이 ‘속도’나 ‘자극’이 아니라 ‘절제’와 ‘사유’에 있음을 증명했다.


​그의 앵커브리핑은 정제된 언어와 서사적 구성을 통해 정보 너머의 가치를 환기시켰다. 직접적인 분노를 터뜨리는 대신, 사실과 의견을 엄격히 구분하고 ‘팩트체크’라는 검증의 절차를 시청자 앞에 가시화했다. 그것은 시청자의 눈치를 보는 아첨이 아니라, 시민의 지성을 믿는 전문가의 자존심이었다.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가장 뜨거운 이성으로 통제하여 전달했던 그 짧은 시간은 ‘뉴스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희귀한 모델이었다.



​관객이 아닌 비판적 목격자가 되어야 할 시간


​언론이 잊지 말아야 할 지점은 명료하다. 저널리즘의 존재 이유는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그 관심이 ‘진실에 대한 이해’로 수렴되게 만드는 설계에 있다. 알고리즘의 유혹에 굴복하여 인터넷 미디어의 하부 구조로 전락하는 순간, 언론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


​동시에 시청자인 우리 역시 이 거대한 쇼의 단순한 관객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확증편향의 단맛에 중독되지 말아야 한다. 뉴스를 소비하는 행위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우리가 발 딛고 선 공동체의 진실을 확인하는 엄중한 의례다. 사실과 해석을 준엄하게 분별하고, 자극적인 서사 뒤에 숨은 구조적 공백을 질문하는 비판적 목격자의 태도가 절실하다.


결국 좋은 뉴스는 기자의 사명감과 수용자의 깨어 있는 의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뉴스가 다시 '반응'을 넘어 '설명'하는 장치로 돌아오길 바라는 열망, 그 뜨거운 정서가 차가운 기술의 시대를 이겨내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다



§ 본 에세이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한국 방송 뉴스가 직면한 저널리즘의 위기를 성찰하고, 시청자에게 비판적 수용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집필되었습니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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