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건설이 억강부약의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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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의 / 농민. 장곡면 거주
삼성전자가 성과급 논란으로 시끄럽다. 삼성전자 노조는 40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반도체 부문은 1인당 6억원을 달라고 했다 한다. 연초에 SK하이닉스가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받더니 바야흐로 반도체의 봄날이 한창인 모양이다. 한국의 반도체 초국적 기업 두 곳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에 이를 전망이고 한다. 이렇게 돈을 잘 버는 기업들을 위해 이재명 정부는 값싼 전기를 공급하려고 한다. 땅끝에서 용인까지 송전탑을 세우고, 송전선로를 건설하여 친환경 전기를 보내준다고 한다. 전기는 물론, 용수도 끌어다 주고, 거기에 따르는 사회적 갈등이나 비용도 모두 정부가 책임진다고 한다. 송전선로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한국전력이 책임진다.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면 전기료를 인상하거나 국민의 혈세로 감해 줄테니 결국 국민이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반도체 공장만 지어라. 모든 것은 정부가 알아서 처리해 준다.”는 것이다.
송전선이 멀어지면 전기 소모가 커진다고 한다. 송전탑을 세우려면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갈등을 피할 수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정책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농촌 주민이 소수이기 때문에 그런가? 농촌 주민이 힘이 없고 고령이라서 반발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것일까?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과 반도체 재벌에 전기를 보내기 위해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과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을 제정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 법률은 이재명 정부의 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두 법이 “졸속으로 제정했고, 비민주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실행과정이 부도덕한 전력악법”이라고 규정한다.
이 법에 따라 한전은 여론수렴을 한답시고 면별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주민의 반발에 의해 무산된 곳도 있고 대여섯명이 참석해 형식만 갖춘 곳도 있었다. 그런데도 여론수렴 절차를 끝내 버렸다. 다음으로 입지선정위원을 제정하여 송전선로 노선을 확정하려고 한다. 송전선로를 건설할 것이나 아니냐는 이미 정해졌다. 새만금에서 신서산까지 간다는 계획도 확정되었고 대략의 노선도 경과대역이라는 이름으로 정해졌다. 그러면 어느 마을로 지나갈 것이냐 하는 정도만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주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인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당신들은 자리에 와서 거수기 노릇이나 하라는 것이다. 개가 보아도 한탄할 노릇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더 웃기는 일은 설사 입지선정위원회에서 반대하거나 지지부진한 논의과정으로 늘어질 경우, 결과와 관계없이 한전에서 일방적으로 노선을 정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에 지원금을 줘서 반대 주민들과 이간하고, 찬성 주민들에게는 보상에 인센티브를 주고, 반대 주민들을 탄압하여, 한마을 주민들을 적대하게 만드는 정책이며, 돈으로 일부를 매수하여 여론을 분열시키는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른바 ‘억강부약’을 국정의 철학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러면 이재명 정부에 묻고 싶다. 송전탑 건립과 송전선로 건설이 억강부약의 정책인가? 이재명 대통령의 눈에는 땅끝에서 수도권까지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의 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것인가? 한국사회에서 가장 힘이 없는 이들은 바로 농민들이다. 인구비례는 물론 소득수준도 가장 하위에 위치해 있다. 무엇보다 초고령의 연령대여서 발언권은 물론 행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농민들의 희생속에 반도체 재벌들에게 전기를 끌어다 바치는 것이 억강부약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과거 전두환 정권은 ‘정의사회구현’이라는 구호로 정의라는 언어를 더럽혔다. 윤석열 정권은 ‘공정사회’라는 미명으로 공정이라는 말을 오염시켰다. 이재명 정부는 ‘억강부약’이라는 고상한 언어를 빌려다 쓰면서 농민을 짓밟고 부자들을 더 부자되게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에서 반대하며 막아서는 농민들을 밀양에서처럼 짓밟을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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