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22] 교육 악법 폐지
본문
교육감의 권한은 아닙니다만, 공교육 기관으로서 유·초·중·고의 기능 유지를 현저하게 위협하는 교육 악법을 교육감이 권한 밖을 이유로 방치한다면 이는 일종의 직무유기입니다. 악법 또는 법의 불비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피해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악법이라 할 법 조항은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악법 조항들 몇 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교육 악법 폐지]
1.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악법은 대통령 시행령인 교육공무원 임용령입니다. 대통령 시행령은 그야말로 정부가 국회의 심의 절차 없이 국무회의 검토를 거쳐 대통령이 공포를 하는 것으로 개정이 가능한 비교적 손쉬운 행정부 법령(명령)이기 때문에 첫 번째로 말씀드립니다.
전교조 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한 교사를 2015년에 복직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던 박근혜 정권이 복직 결정을 공개경쟁을 거치지 않은 위법한 채용이라면서 직권 취소시켰습니다. 이후 직권 취소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었으며, 법원이 박근혜 정권의 직권 취소가 부당하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특별채용이란 정책적 판단으로 진행하는 것이기에 공개경쟁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며, 관련 법령도 공개경쟁 절차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권의 주장을 배척한 것입니다.
그러자 박근혜 정권이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 임용령을 악의적으로 개악하였습니다. 대통령이 특별채용을 공개경쟁시험으로 하도록 하는 조항을 끼워 넣어 교육감의 특별채용 권한을 원천 봉쇄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해직 교사에 대해 해직 이후 3년이 지나면 특별 채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끼워 넣어, 해임, 파면된 교사의 특별 채용을 원천 봉쇄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대통령령을 개악한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이 탄핵당한 후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당연히 이 악법 조항을 폐지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너무나 분명한 이 악법 조항을 폐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재명 정권에서도 이 악법 조항을 폐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습니다.
2. 두 번째는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악법 조항입니다. \
2022년부터 16세 이상의 청소년 학생들도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교사들은 여전히 정당에 가입할 수도, 정치적 판단에 대해 의사표시도 할 수 없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교사가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행위는 당연히 제재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학교 밖에서도 교사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조차 밝히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공직선거법 등의 악법 조항의 규정 때문입니다. 교사들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본질적으로 전면 침해하는 악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정치교육에 관한 국제적 수준의 원칙이 있습니다. 보이텔스바흐 원칙입니다. 이 원칙의 핵심 내용은 첫째, 정치적 견해 일방적 주입 금지, 둘째, 다양한 견해의 논쟁 허용, 셋째, 학생의 자주적 판단 존중 등 세 가지입니다. 정치교육을 금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교육을 잘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균형잡힌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도록 다양한 견해를 교환하고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원칙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교사들의 정치교육을 아예 금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정당 가입 등 정치 활동은 허용하면서 교사들의 정치교육을 막는 모순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물론, 모든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까지 금지하는 악법 조항들은 시민으로서의 정치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심각한 악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독재 정권이 군대의 간부들이나 학교 교사들 또는 공무원들에게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강요하던 불법적인 관행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이 부당하게 모든 교사, 공무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악법의 존재 자체는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세 번째 악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교사들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교원노조법입니다.
1999년까지 교사들은 노동조합을 아예 만들 수도 없었습니다. 이 악법에 따라 1989년 교원노조를 만들고 가입한 전교조 교사들 1,500여 명이 해고되고 심지어 구속되는 대대적인 탄압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와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연례행사처럼 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악법을 개정하라는 권고와 압력을 받았습니다.
간신히 1999년이 되어서야 대한민국 정부는 교원노조를 허용하는 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원노조법은 교사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만 허용하였으며, 헌법이 모든 노동자에게 보장하고 있는 단체교섭을 할 권리, 단체행동을 할 권리를 부정하였습니다. 악법입니다.
노동조합의 목적인 임금 인상과 근무조건 개선 등 노동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임에도, 교원노조에는 법령으로 정하고 있다는 부당한 이유로 임금이나 근무조건에 대해 단체교섭을 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더구나 단체행동권은 아예 전면 금지하였습니다. 이 악법으로 인해 전교조 교사들은 파업도 아니고 단 하루의 연가를 내고 집회했다는 이유로 다시 해고되거나 감옥에 가야 했습니다. 노동조합의 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악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 가지 악법을 말씀드렸습니다. 이외에도 교원평가와 성과급 폐지, 초등학교에 이은 중고등학교의 일제고사 폐지, 학교비정규직 정규직화, 교사의 교육권과 평가권 보장 등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입습니다. 그중 해직교사의 복직을 전면 차단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조항,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악법,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악법을 즉시, 가장 먼저 폐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정상 국가라면 그래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이라면 이 같은 불합리와 불의를 침묵으로 방치하면 안 됩니다. 진보교육감의 책무 중 교육 악법 폐지를 가장 앞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첫째, 해직교사의 특별 채용을 봉쇄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악법 조항의 즉각적인 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둘째, 교사가 시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정치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악법을 폐지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셋째, 노동조합의 존재이유이기도 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부정하여 교원노조를 식물노조로 만드는 악법을 폐기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진보교육운동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진보교육감을 선택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이 교육 악법의 폐지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진보교육운동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2026년 4월 10일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경선 참가자 이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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