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23] 유아교육과 돌봄은 국가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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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많이 변했습니다. 50년쯤 전에는 유치원이 거의 없었습니다.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아동이 동네에 한 명 있을까 말까였습니다. 그로부터 20년쯤 지난 8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들 대부분이 유치원이나 학원에 다녔습니다. 그 비용은 모두 개별 가정이 부담해야 했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30여 년이 지난 2010년대 이후 무상교육 정책이 유아교육과 보육에까지 확대되었습니다. 0세~5세 영유아 보육료를 정부가 부담합니다. 무상보육입니다. 3세~5세 아동의 유치원 교육비도 정부가 그 일부를 부담합니다. 무상 유아교육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3세~5세 아동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과 보육이 아동으로서는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질 수 있으나, 서로 다릅니다. 유아교육은 3세~5세 아동이 대상이고, 유치원에서 담당합니다. 보육은 0세~5세 아동이 대상이고 어린이집에서 담당합니다.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담당하는 관청은 교육부이고, 보육에 대한 지원과 관리를 담당하는 관청은 보건복지부입니다. 유치원은 학교에 속하고, 어린이집은 돌봄 기관에 속합니다.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유아교육 교사 자격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어린이집 교사는 2년제 전문대학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거나 국가의 보육교사 양성 과정을 거친 후 보육교사 자격증을 발급 받아야 합니다.
[유아교육과 돌봄은 국가의 책임]
1. 유아교육과 보육이 아동 처지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으나, 교사 양성 체계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리가 다릅니다. 그러나, 3세~5세 아동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구분이 잘 안될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동으로서는 차별 없는 돌봄과 교육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런데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각각 나누어져서 형평과 비효율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이 정부의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2.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에는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돌봄 기관 어린이집과 교육기관 유치원의 차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또 유아교육 교사와 보육교사의 양성 과정의 차이를 어떻게 반영할지 등에 대한 납득할 만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2012년부터 5세 교육과정, 2013년부터 3~4세 교육과정을 누리과정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공통으로 시행하였으나, 그 재정 부담을 교육부 예산으로 할지, 보건복지부 예산으로 할지를 두고 갈등이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고,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인 점을 무시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교육부에서 재정 부담하도록 하여 교육부와 교육청이 재정 압박을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치원 교육 비용에 어린이집 보육 비용까지 교육부와 교육청이 부담하게 하는 것은 기존의 유·초·중·고 교육재정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3. 유아교육과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과제와 함께 돌봄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도 새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동의 부모가 모두 직장에서 일을 하고 저녁이 되어야 아동을 돌볼 수 있게 되어,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동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의 돌봄이 필요한 사회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초등학교에서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돌봄 교실 운영 시간도 늦은 저녁시간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4. 유아교육도 보육도, 돌봄도 명확히 국가의 책임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국가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서 책임을 지고 있으나, 그 책임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국가가 유아교육, 보육, 돌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첫째, 사립 유치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립 유치원은 오랫동안 국가가 책임을 회피한 곳입니다. 사립 유치원 교사는 공립 유치원 교사와 법적인 신분이 다르지 않음에도, 국가는 사립유치원 교사의 급여도, 근무조건에 대해서도 이를 보장하기 위한 어떤 정책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사립 유치원 교사의 급여와 근무조건이 법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근무조건과 급여, 아동들의 교육환경 등 사립 유치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합니다.
둘째, 공립 유치원 교사를 증원해야 합니다. 유치원 아동의 발달 단계를 반영하여 학급당 아동수를 6명 이하로 대폭 줄여야 하며, 방과후 활동 교사들을 포함하여 교사 수를 대폭 증원해야 합니다.
셋째, 돌봄 교실을 대폭 확충해야 합니다. 이미 돌봄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국가는 돌봄을 담당하기 위한 정부 기관부터 독립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돌봄을 위한 시설, 돌봄 교사 수를 대폭 확대, 강화해야 합니다.
5. 유아교육, 보육, 돌봄에 대한 저임금, 저비용 정책에 대한 반성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준 학교의 부속 기능 쯤으로 생각하는 관행을 중단해야 합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닙니다. 무시해도 되는 그런 역할, 노동은 없습니다.
사립유치원, 사설 어린이집, 돌봄 교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저임금과 불안정한 신분을 가진 교사들에게 아동들의 돌봄과 교육을 맡겨 온 그간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획기적인 반성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책임져야 할 국가의 중요한 기능임에도 정부의 예산을 제대로 책정하지 않은 채,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강요해 온 오랜 관행을 멈추어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의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제대로 된 유아교육, 보육, 돌봄이 가능하도록 부실한 제도를 보완하는 일에 진보교육감이 앞장서야 합니다.
2026년 4월 13일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경선 참가자 이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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