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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_15] 고교학점제는 잘못된 졸속 처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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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6-04-01 19:41 6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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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를 들어보셨나요? 잘 모르실 수 있습니다. 2022년 도입되어, 2026년 고등학교 2학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소한 제도니까요. 이 제도가 어떤 제도인지,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차근차근 따져 보겠습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졸업하려면 필요한 학점을 따야 한다는 제도입니다. 고교학점제 이전에도 규정상으로는 학생들이 일정한 수업일수를 채우고 일정한 점수를 얻어야 진급 또는 졸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새로운 변화는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고교학점제는 '학점'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그릇된 표현입니다. 그보다는 ‘과목 선택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고교학점제가 이전과 가장 많이 다른 부분은 과목 선택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학습동기를 높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행하고 보니 기대했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택 과목을 억지로 늘려서 학생들을 수업 시간마다 교실을 이동하게 하여 학급이라는 소속감을 해체하거나 심리적 불안을 높이고, 교사들에게는 여러 과목을 담당하게 하여 수업 부담을 늘리기만 할 뿐,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이나 학습 동기 유발은 물거품처럼 실체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도 도입을 반대할 때부터 우려했던 대로입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가장 큰 명분은 학생들이 과목을 선택하게 하면 잠자는 학생을 줄이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고교학점제가 처음 적용된 학교의 모습은 혼란과 무질서 그 자체입니다. 학생 맞춤형 선택도 없으며, 잠자는 학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학점 미달에 대한 공포로 자퇴하는 학생이 늘어 학교에 남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을 뿐입니다. 학교는 고교학점제 괴담으로 뒤숭숭합니다. 


학점을 따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을 통해 누구나 최소의 학력 수준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명분도 있습니다만, 이것을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최소의 학력 수준을 갖게 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방학 중에 강제로 보충학습을 하게 하여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수업이나 업무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만 남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잘못된 졸속 처방입니다]


1. 2026년 올해가 사실상 고교학점제 시행 첫해입니다만 시작부터 제도의 현실 부적합성만 확인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처방임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들의 선택과목을 늘린 것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나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게 하면 수업에 흥미를 갖게 되어 잠자는 학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선택은 흥미를 갖는 과목이 아니라, 내신에 유리한 과목에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교학점제가 학생 맞춤형이 아니라 내신 맞춤형이 된 것입니다. 이미 시행 전부터 예상되었던 문제점입니다.


2. 고교학점제 시행 전부터 예상했던 문제점이 사실로 확인되는 점이 또 있습니다. 대규모 학교와 소규모 학교의 선택권 불평등입니다. 소도시의 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재직하는 교사 수가 적기 때문에 제공하는 선택과목의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소도시 학교 학생들에게는 과목 선택권조차 없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 같은 선택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거점학교에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온라인 학교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짐작하시겠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와 같습니다. 현실성이 없는 것입니다.


3. 학생들에게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는 고교학점제는 결국 학생의 선택이 불가능한 제도임이 드러났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잘못된 처방입니다. 잘못된 처방은 병을 더욱 깊게 합니다. 학생들의 수업 포기는 지독한 성적 지상주의와 극심한 대학입시 경쟁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삶은 피곤합니다. 더 높은 성적을 얻기 위해 밤늦게까지 장시간 학습노동에 시달려야 합니다. 옆에 있는 친구를 이겨야 하는 성적 스트레스는 심신을 피폐하게 합니다. 이 같은 학생들에 대한 올바른 처방은 학생들을 극심한 입시경쟁, 성적 경쟁에서 해방시키는 것입니다. 입시경쟁을 그대로 둔 채, 흥미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것으로 입시경쟁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고교학점제는 잘못된 처방입니다.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들은 그 자체가 입시 경쟁교육의 모순일 뿐입니다. 비인간적 입시 경쟁교육을 폐기하기는커녕, 입시 경쟁교육을 더욱더 심화시키는 고교학점제는 잘못된 처방입니다.


4. 고교학점제는 교육적 차원에서 진지한 연구와 검토도 없이 만들어진 졸속 처방입니다. 고교학점제의 시작은 고교평준화를 반대하는 정치세력으로부터입니다. 이들은 고교평준화가 우수한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하향 평준화라는 근거 없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교육계에서 진지하게 수용된 적도 없으며, 1995년 김영삼 정권 차원에서 만들어진 5.31교육개혁안에 교육의 다양성 또는 수월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이러한 고교평준화 해체 주장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자사고나 외고 등 입시특권 학교 확대와 수준별 학습, 선택 과목 확대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사실상의 고교평준화 해체와 입시경쟁교육 심화로 나타난 학교 붕괴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상황 속에서 국민의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을 졸속으로 정치권에 의해 도입된 비교육적 제도가 바로 고교학점제입니다.


5. 초중고 교육은 높은 수준의 전문적 지식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보편적인 교양과 지식을 배우는 보편교육 과정입니다. 이 같은 보편교육을 대폭 축소시키면서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더 많은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보편적인 교양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교육철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2022년 교육부의 교육과정으로 결정되고 2025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국가 정책을 뒤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을 그대로 두는 것은 더욱 무책임한 일입니다. 입시경쟁교육 자체를 폐지하고 대학을 평준화하는 과감한 교육개혁을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위중한 상황입니다. 고교학점제 폐지, 진보교육감이 앞장서서 해결할 첫 번째 중요한 과제입니다.


2026년 4월 1일


2026서울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경선 참가자 이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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