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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재편=착취 구조 재편” 경계해야 - 산업기반 무너지고 일자리 불안 가중되는 현실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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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5-10-21 10:32 15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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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노조 활동가)


·중 간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큰 축을 이루어왔던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한국 노동자들은 또다시 큰 타격을 예고 받고 있다. 정부와 재벌 대기업의 대응은 오히려 노동권 후퇴와 고용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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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 매일경제신문


과거 차이메리카(Chimerich)시대, 누가 이익을 보았나

 

2000년대 초 중국이 WTO에 가입하며 본격화된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 설계, 중국 생산의 구조 아래 움직였다. 미국의 자본과 기술,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방대한 공장이 결합하며 막대한 부가 창출됐다.

 

그러나 이른바 상생의 시대는 결국 미국 자본과 중국 관료, 그리고 이를 추동한 한국 등지의 재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한국의 대기업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워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반면, 국내에서는 산업 공동화가 시작됐고,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드는 동시에 비정규직과 하도급 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이 만연해졌다.

 


·중 갈등 격화, ‘디커플링(Decoupling)이 가져올 고용 참사

 

2010년대 중반부터 미·중 간 패권 경쟁, 특히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냉전은 글로벌 공급망을 디커플링(경제적 분리)’디리스킹(위험 회피)’의 길로 몰고 있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며 동맹국들을 끌어들이는 우방국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재벌 대기업들은 미국 편들기에 혈안이 됐다. 반도체, 전지 등 주요 산업에서 미국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발표하며 국가 경제를 특정 국가에 더욱 종속시키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망 재편이 한국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은 해외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사업장을 정리하거나, 임금 동결과 구조 조정을 들고 나오고 있다. 또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잔인한 노동 착취 사례가 심심찮게 사회적 이슈가 되어 왔다. 결국, 공급망 재편은 자본에는 새로운 이익 창출의 기회이지만, 노동자에게는 일자리가 위협받고 노동 조건이 후퇴하는 착취 구조의 재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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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긴 새로운 공급망 전략 필요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자본의 논리만으로 경제가 움직여서는 안 되며, 노동자의 권리와 삶의 안정이 최우선으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 정부와 대기업은 국내 산업기반과 일자리 보호에 나서야 한다. 무분별한 해외 이전을 막고,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여 국내 공급망을 튼튼히 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에 사회적 안전망을 충실히 구축해야 한다. 특정 산업에 종사하던 비정규직·하청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내몰리지 않도록 재교육과 전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서 노동권을 보호하는 공정 무역의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현지 노동자를 착취하는 것이 결국 한국 내 노동 조건을 위협하는 경쟁의 저주로 돌아옴을 인식해야 한다.

 

·중 패권 경쟁이라는 큰 파도 속에서 한국 경제가 살아남을 길은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있지 않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적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제 안보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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