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논평] 역사 왜곡과 흡수통일 의지만 도드라진 윤석열의 3.1절 기념사


본문
이건수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서 기미 독립선언의 뿌리에는 '자유주의'가 있었다는 역사 왜곡은 물론, “3.1운동은, 모두가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통일로 비로소 완결되는 것”이라며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 의지를 드러냈다.
3.1절을 맞이하여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돌아보고 항일 민족해방운동에 나섰던 선열들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간의 상호 극한 투쟁을 통한 통일’을 추구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윤석열이 3.1절 기념사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기미독립선언서에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자유롭게 발전하려는 것이며, 인류가 양심에 따라 만들어 가는 세계 변화의 큰 흐름에 발맞추려는 것이다."라고 웅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기미독립선언서에는 그러한 구절이 없다. 윤석열의 주장은 아마도 “민족의 항구여일(恒久如一)한 자유 발전을 위하야 차(=조선의 독립국임)를 주장함이며”라는 구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주장처럼 이 구절을 통해 “기미 독립선언의 뿌리에는” “자유주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이러한 역사 왜곡은 그의 기념사에서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라는 주장, 즉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북한 흡수통일을 강변하기 위한 억지논리에 불과하다. 극우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도 윤석열의 3.1절 기념사를 높이 평가하며, “윤 대통령이 통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동족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통일 불가’ 노선으로 돌아선 것과 관련 깊다. 김정은 정권 스스로 ‘반통일 세력’임을 자처한 지금이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 통일 담론을 확산시킬 적기라고 보았을 것이다.”라며 극찬했다.
북한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위원회에서 ‘연방제 통일정책을 폐기하고 조국통일 운동을 포기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남북한 간의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간의 관계’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보겠다며 2개 국가의 분립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북)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의 기회만을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사자 한쪽이 통일을 포기하고 각자 살자고 선언한 마당에 상대방을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하여 통일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침략정책을 발표한 것과 다름없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서 외교도, 경제도, 민생도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윤석열 정권이 3.1절 기념사를 통해서 흡수통일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 땅에서 다시 한번 동족상잔의 비극을 불러들이려 하고 있다. 이제 민주주의의 시대가 퇴조하고, 반동의 시대가 오고 있으며, 민중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퇴진만이 더 심화될 위기를 단축시키는 길이다. 민중운동 진영의 분발이 필요한 때다. (2024.3.12)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