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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투쟁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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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신문
2026-05-27 16:40 2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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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의 (돌팔이 농부)



최근 삼성전자 파업투쟁에 대한 논란이 심각했으므로 전직 노동운동가의 시각을 덧붙인다. 

나는 귀촌한 이래 농사일을 주업으로 하였고 최근 송전탑 반대운동을 시작한 바 있다. 삼성전자 투쟁에 대한 나의 시각은 한국 노동운동 좌파의 관점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좌파라고 하여도 각자 보는 눈이 다른 만큼 필자만의 독특한 관점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옳고 그르다는 양비론의 시각이 아닌 노동운동 노선의 차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나는 노동조합 운동을 이렇게 배웠다


 내가 처음 노동운동을 시작할 때는 전투적 노조운동이 대세인 때였다. 내가 처음 파업에 참여했던 1988년 무렵 노동운동의 대세는 전노협을 필두로 한 전투적 노동운동이었다. 한국의 자본가들이 전투적 파업투쟁을 통하지 않고는 전혀 양보할 태세가 아니었기 때문에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무렵 나는 민주노조운동의 방향을 이렇게 배웠다. 


첫째 민주적이고 자주적일 것, 노동조합의 재정을 비롯한 규약 및 결의사항 등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결정의 주체는 조합원 대중이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이나 정부의 개입을 허용하지 말고 스스로 독자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중적일 것, 노동운동은 가능한 최대 다수의 조직대상을 포괄해야하므로 대중의 언어, 대중의 정서를 고려해야 하며 국적, 종교, 성별, 학력, 정치적 신념과 관계없이 조직대상으로 해야 한다. 

셋째, 노동운동이 계급운동임을 잊지 말 것. 노동운동은 계급운동이므로 전체 노동자 계급의 대의에 따라야 하며 조합원 일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른 노동자들의 희생을 초래하면 안될 것이다. 

넷째, 노동조합은 투쟁하는 조직이다. 자본주의가 탄생한 이후 자본가들은 항상 노동자들을 착취하여 그들의 이익을 챙겨왔다. 따라서 민주노조라면 언제나 투쟁할 준비를 해야 하며 파업을 할 수 없는 노조는 민주노조가 아니다. 

다섯째, 연대를 지향해야 한다. 민주노조는 항상 다른 노동자는 물론, 농민, 빈민을 비롯한 피억압 계층과 연대를 추구해야 한다. 

여섯째, 변혁을 지향해야 한다. 과거에는 변혁이라는 말보다 혁명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한국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을 근본적으로 타도하는 폭력혁명의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조 운동은 한국사회의 평등과 진보를 위해 복무해야 하며 결코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될 것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온다


나는 삼성전자 투쟁을 이익단체 투쟁으로 폄하한 일이 있다. 내가 삼성전자 투쟁을 냉소하거나 막연한 비판을 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노동운동이 민주노동운동의 대의에 동참했으면 하는 생각에서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모든 운동은 지향점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투쟁은 노조나 조합원들이 경제적으로 손해보는 투쟁은 결코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하청이나 연관업체 노동자는 물론 삼성전자에 속한 전체 조합원의 요구조차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즉 반도체 부문의 요구를 주로 하고 다른 부문의 요구는 의도적으로 묵살하거나 해태했던 것이다. 그러니 하청이나 연관업체 노동자들을 생각했을 리가 만무하다. 


어떤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와 하청이나 연관업체 노동자들을 묶는 것은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가 할 일이다. 삼성전자 투쟁은 자본가들의 이윤을 노동자의 몫으로 쟁취했기 때문에 의미가 매우 크다.” 


나는 그 평론가에게 묻고 싶다. 과거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가 삼성노동자 조직을 위해 전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내부에서 조직하는 이가 없는데, 민주노총 등에서 어떻게 노동자들을 올바르게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하청이나 연관업체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런 식으로 옹호하면 삼성전자 노조가 스스로 알아서 노동운동의 대의에 따를 것이라고 보는가? 그렇지 않다. 비록 삼성전자 노조가 신생노조라고 하여도 시비를 분명히 가려 비판해야 하며 그럴 때 삼성전자에 민주노조 운동의 맹아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현대자동차 노조가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할 때의 일이다. 현대차 노조는 식당에서 일하는 소수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차량제작 노동자들의 해고를 최소화하였다. 식당 노동자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었지만, 그때는 모든 민주노동운동은 물론 시민운동이나 영상운동까지 현대차 노조를 격렬하게 비판하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민주노총에 속한 노조들조차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져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게 되었다. 비정규직의 투쟁을 방해하거나 탄압에 동조하여도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에서 징계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었다. 운동의 대세가 이러하니 삼성전자 노조는 “노동조합은 본래 그런 것이다. 우리 몫만 잘 챙기면 되지 남의 일에 신경쓸 일이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삼성전자 노조는 민주노조 운동의 방향타를 올바로 잡을 때 바른 항해를 시작할 수 있다. 밭에 씨앗을 넣지 않고 어찌 작물이 스스로 싹이 터 자라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삼성전자 노조에 희망한다


내가 예측하기에 삼성전자 노조는 결코 민주노총이나 산별노조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경제적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하청이나 연관업체 노동자들의 권리에 무관심하거나 그들의 착취를 통한 이윤 창출을 옹호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만약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아 해고가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투쟁을 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적 이익은커녕 자신의 생존권이 박탈될 것이기 때문이다. 총단결을 통한 해고반대보다 나 혼자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중팔구일 것이다. 자본이 “투쟁하는 자부터 먼저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면 지도부부터 자라목처럼 웅크리고 “해고자 수를 줄이거나 심지어 자신들의 신분은 보장해 달라.”고 거래를 시도할 수도 있다.


과거 투쟁의 대의를 잃어버린 노조들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다. 그때가 되면 반도체 부문 이외의 노동자들은 “자기들 몫만 챙기더니 꼴좋다.”하고 비웃을 것이다. 이래도 이번 투쟁을 돌이켜 반성하며 스스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평가서를 보고 싶다

평가서를 읽고 난 후 나의 비판이 많이 틀렸기를 희망해 마지않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그렇다. 반도체 부문의 조합원이 다수라고 해서 그들만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렴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다. 우리는 지난 투쟁에서 잘못한 점을 대오각성하여 앞으로는 민주노조 운동의 대의에 복무해야 한다. 그 길이 험난하고 요원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지도부가 좌초할지라도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민주노조라고 할 수 있으며 그렇지 못하면 이익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평가한다면 나는 일면식도 없지만 지도부를 찾아가 사과하거나 지면을 빌려 공개적으로 사과할 용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에 요구한다


민주당 정권과의 어정쩡한 관계를 청산하고 자주적이고 계급적인 노동운동의 본질을 되찾아라. 민주노총은 노동자 계급의 대중조직이지 특정 정치세력의 하급이나 하청 조직이 아니다. 삼성전자 노조의 행태에는 민주노총의 책임도 상당히 있다는 것을 통감하고 자기 비판서를 제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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